MP3플레이어 기술 특허를 가진 베른하르트 그릴, 카를하인츠 브란덴부르크 같은 사람들은 발명가다. 하지만 파일 공유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음원을 판매하는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은 미국 냅스터와 스웨덴 벤처기업 카자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아이튠스 서비스 및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선보이며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대부분의 사업가는 다른 사람이 떠올린 아이디어나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기술적 성과 또는 발견을 낚아채 수익 창출 모델로 연결하는 지점에 존재한다. 이들은 여러 가지 자원을 동원하고 광고나 세일즈, 자금 관리 등의 기법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즉, 엄밀히 말하면 기술의 개발과 그것의 상업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반전전략으로 성공하라’의 저자 조너선 몰스는 말한다. “혁신하지 말고 모방하라”라고.
영국에서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러브필름을 보자. 러브필름은 영화와 TV프로그램 DVD를 빌려주는 사업을 유럽 전역에서 펼치다가 아마존에 인수되며 화제를 낳았다. 미국 넷플릭스가 먼저 구축한 사업 모델을 유럽에 적용하기만 했을 뿐이지만 러브필름이 거둔 성과는 눈부셨다. 창업한 지 12년 만에 매월 8파운드 정도의 회비를 내는 회원이 150만 명에 달했다.
사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다른 업체에서 모방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일은 매우 흔하다. 라이언에어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처음 들고 나온 저비용 항공 사업 모델을 따라 했고, 영국 메트로은행은 미국 커머스은행의 사업 방식을 그대로 흉내 냈으며, 영국 아스다는 미국 월마트의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값싸게 판매한다’는 영업 방식을 노골적으로 차용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독창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누가 최초로 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더 좋은 제품과 더 편한 서비스만 기억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될 만한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재빨리 낚아 현실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가로서의 성공은 다른 경쟁자보다 실행 면에서 앞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