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수출 코리아’ 다시 도약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김극수 국제무역연구원장
김극수 국제무역연구원장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20년간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극히 예외적인 때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가파른 감소세를 보인 적이 드물다. 수출이 다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메르스까지 겹친 우리 경제를 보면 이 물음은 더욱 절실하다.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수출 부진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급선무일 것이다. 원인은 대단히 복합적이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 환율 불안, 국제유가 하락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수출 부진은 한국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올 1분기 미국 ―5.1%, 독일 ―13.4% 등 주요국의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결국 세계적 수요 부진 탓이라는 뜻이다. 또 원유 관련 제품을 제외한 수출은 작년 수준으로 유가 하락 영향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엔화, 유로화의 약세로 일본과 유럽에 대한 수출도 많이 줄었다.

만일 수출 부진의 주된 원인이 경쟁력 저하가 아니라면 앞으로 해외 경기가 개선되고,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잦아들면 감소세가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수출기업의 위기감을 완화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한-중 및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 환율 안정화를 위한 해외투자 확대 등 미시적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시계(視界)를 올 하반기나 내년이 아닌 5년, 10년 뒤로 확장하면 조심스러운 낙관마저 설 자리가 없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무역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4년 연속 1조 달러 달성 등 성장세를 이어온 배경에 중국의 세계 생산기지 부상과 환율의 도움이 있었다. 이제 안팎으로 구조적 충격파가 밀려오자 우리 산업 전반에 균열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중국이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신창타이(新常態)를 표방하고 내수 중심 성장과 소재 부품의 자급률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무역 전략도 최대한 수입하고 수출하는 ‘대진대출(大進大出)’에서 고부가가치 중심의 ‘우진우출(優進優出)’로 수정했다. 여태껏 중국의 가공무역에 의존했던 우리에겐 앞으로가 더 문제다.

수출 주력 산업의 해외 생산도 국내 생산을 앞서고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국내 기업 환경의 악화와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의 해외 생산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오늘의 수출 부진 해소도 시급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을 모색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노동 유연성 제고, 서비스 부문의 진입장벽 철폐 등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해 한국 경제를 유연하고 활력이 넘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4대 부문 개혁을 원칙에 입각해 추진하고,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요구된다. 또 철강, 조선, 석유화학 산업의 뒤를 이을 혁신성을 갖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미래 수출 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예컨대 문화 콘텐츠는 수출 잠재력이 크고 해외 소비자의 문화적 근접성을 높여 직간접적으로 수출에 도움이 된다. 획기적인 세제 혜택으로 수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혁신적 기업, 창조적 근로자, 효율적 정책 지원만이 수출을 다시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만들 수 있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낸 소중한 경험을 살려 기업의 사기를 북돋고, 경쟁 여건을 개선하고, 산업 체질을 탈바꿈하며, 미래 수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수출 부진의 올바른 해법이다.

김극수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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