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직원이 채권 거래 관계가 있는 펀드매니저에게 관리 명목으로 수년간 고액의 여행경비를 제공해온 관행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증재 혐의로 모 보험사의 전 자산운용본부장 박모 씨(45)를 비롯해 1000만 원 이상의 여행경비를 주고받은 펀드매니저 10명과 증권사 임직원 10명 등 총 20명을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의 여행경비를 주고받은 99명은 금융감독원에 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펀드매니저로부터 채권 매매를 의뢰받아 중개하는 증권사 직원은 실적에 따라 기본급보다 훨씬 많은 수억 원 대의 성과급을 받게 돼 펀드매니저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펀드매니저는 3년간 총 17회 6300만 원 상당의 해외 여행경비를 제공받았고,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이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동반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고질적·구조적 유착관계를 적발한 최초 사례”라며 “수사 결과를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 등에 알려 업계의 자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기소된 피의자 가운데 일부는 배임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은 불법 채권 거래(채권 파킹 거래)로 기관 투자자에 약 113억 원의 손실을 끼친 맥쿼리투자신탁운용(구 ING자산운용) 전 채권운용본부장 두모 씨(44·구속) 등 펀드매니저 2명과 증권사 임직원 6명에게는 배임 혐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채권 파킹거래란 채권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구두로 채권 매수를 요청한 증권사에 일정 시점까지 보관하도록 한 뒤 그 시점에 결제하는 거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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