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경험에서 오는 걸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는 학생들에게 “소년들이여, 현재를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하며 특별한 경험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나온 영화 ‘버킷리스트’는 다른 얘기를 한다. 이 영화는 가족과 함께 부엌이나 뒷마당에서 보내는 편안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 뭐가 맞는 얘기일까.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와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학자들은 행복의 원천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자랑하는 반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음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상적인 경험보다 특별한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젊은층일수록 높았다.
심지어 동일인이라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얼마나 길게 느끼는지에 따라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상품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당신의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직후엔 ‘특별한 경험’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에 잘 반응하는 반면, ‘당신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후에는 ‘일상의 행복을 준다’는 내용의 광고에 상대적으로 더 잘 반응했다.
이 결과는 기존 심리학 연구와도 일치한다. 사람은 젊었을 때 미래 지향적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기를 원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면 점차 현재 지향적이 된다. 새로운 인간관계보다는 익숙한 사람들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쓴다. 이는 곧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도를 겁내지 않는 청년층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더욱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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