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다고 중국산으로 오해마세요… 다이소 70%가 국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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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매장 1000곳 돌파…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다이소 매장에서 “싸게는 팔아도 싸구려는 아니다”라고 자랑하는 자사 제품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다이소 매장에서 “싸게는 팔아도 싸구려는 아니다”라고 자랑하는 자사 제품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불황으로 먹고산다는 업종이 있다. 바로 싼 물건만을 취급하는 균일가 숍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전국에는 ‘1000냥 하우스’와 ‘1000냥숍’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당시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1호점을 세운 ‘다이소’(당시 이름은 ‘아스코이븐프라자’)도 그중 한 곳이었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비 불황은 이어지고 있지만 예전의 균일가 숍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반면 다이소는 지난해 12월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데에 이어 이달에는 1000호점(경기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점)을 개점해 전국 매장 1000곳을 돌파했다. 동아일보가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의 박정부 회장(71)을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로 사옥에서 만나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온 비결을 들어봤다.

한양대 공대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인천 남동공단 조명공장의 공장장까지 올라간 그는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44세였던 1988년 일본에 유학 중인 동생에게 정보를 얻어서 국내 기업 임직원의 일본 연수를 알선하는 기업(한일맨파워)을 세웠다. 이후 일본의 백엔숍을 눈여겨보고 ‘한국판 백엔숍’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창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 연수자를 보내는 국내 중소기업과 좋은 관계를 쌓아 이 기업들의 제품을 일본의 백엔숍에 파는 무역업을 병행했다. 그러다 1997년 다이소 1호점을 열었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무려 9년을 준비한 셈이다.

박 회장은 다이소 창업 후에도 불황이라는 환경에만 기대지 않았다. 그는 다이소아성의 성장 비결로 ‘반전의 미학’을 꼽았다. 우선 가격이 싸서 중국산으로 오해를 받지만 전체 제품의 70%가 국산이란 사실을 예로 들었다.

“다이소 제품은 싸구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가급적 국내 생산을 고집했지요. 다만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소비자가 살 만한 가격을 먼저 정한 뒤 각종 비용을 빼서 원가를 결정하는 식으로 가격결정력을 확보했습니다.”

박 회장은 원자재와 인건비 등을 맞춰주는 곳을 발굴하기 위해 국내외 어디든 직접 찾아갔다. 칠순이 넘은 지금도 일 년 중 절반은 동유럽과 중남미 등 해외로 출장을 간다. 또 하나의 오해는 ‘박리다매로 파는 제품’이라는 것.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품질과 제품 개발에 가장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소아성은 매달 무려 600여 품목의 신제품을 쏟아낸다. 저가의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주특기다. 제품 디자이너가 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다.

한편 다이소아성은 이름에 ‘다이소’라는 상호가 붙어 많은 사람이 일본 회사라고 오해하지만 일본의 다이소가 투자했을 뿐 한국 기업이다. 박 회장은 “오히려 일본의 다이소에 연간 2000억 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소아성은 3만여 종류가 넘는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80%가 1000원대 이하인데도 지난해 매출액 1조500억 원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한 대답을 “주주를 위해 홈런을 쳐야 하는데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바쁘다”란 말로 대신했다. 또 앞으로 가격을 올려야 할 순간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상품을 싸게 판다는 기본이 깨지면 다이소의 생존 원리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1000원 숍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이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다이소#국산#박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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