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의 대가뭄이라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로 인해 소비시장에도 가뭄이 들었다. 최근 방문한 전통시장에서는 찾는 사람이 없어 당장 가겟세 낼 일을 걱정하는 상인이 많았다. 대내외적 악재로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서민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벅차다. 꼭 필요한 자금인데 융통하기 힘들 때 타들어가는 마음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그동안 정부는 마른 논에 물대는 심정으로 서민들의 ‘금융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어 은행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고금리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등 서민대출을 통해 약 19조 원을 공급했다. 또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해서는 연체가 발생한 분들도 상환 의지가 있으면 재기할 수 있도록 채무를 감면하고 취업 알선과 신용 상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서민들이 한 번의 방문과 상담만으로도 가장 적합한 서민금융 상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금융 가뭄’은 여전하다. 그만큼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뜻이다. 대부업체의 대부잔액은 지난해 말 11조 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고, 4월에 실시한 서민금융 실태조사에서는 서민금융 상담자의 55%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서민금융 공급 규모 확대와 자활을 위한 맞춤형 신상품 도입, 대부업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민금융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퍼주기’식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로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만 조장한다는 날선 비판도 들린다. 서민금융을 지원받고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존재하니 그러한 비판에도 일리는 있다. 안정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 모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을 때까지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도덕적 해이 문제는 서민금융을 비롯해 모든 사회안전망이 안고 있는 숙제다. 불가피하게 돈이 필요할 때 이를 갚을 수 있는 수준에서 쉽게 빌릴 수 있는 사회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시장은 서민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하루가 어려운 서민들이 연 34.9%에 달하는 고금리로 급전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결국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서민들은 연체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은 이러한 시장 실패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결과로, 서민의 금융 이용을 쉽게 하면서도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정부의 서민금융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금융기관이 스스로 서민을 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융회사가 서민들에게 ‘따뜻한 금융’의 역할을 할 때 고객 확보 및 영업 기반 확대를 기할 수 있고, 서민들은 삶이 나아지는 상생의 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곧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돼 메마른 논밭을 축이고 근심으로 깊이 팬 농민들의 마음도 어루만질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서민금융대책 또한 금융 지원에 목마른 서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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