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중심 평가로 인턴 80명 첫 선발
이공계 사무직-자격증 없는 기술직…출신大39곳으로 특정학교 편중 줄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능력 중심 채용으로 선발된 한국남동발전 인턴사원들이 올해 4월 발전설비 제작사인 두산중공업(경남 창원시)을 견학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제공
올해 3월 한국남동발전에 채용형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김하늘 씨(28). 김 씨는 전남대에서 지구해양과학을 전공했지만 사무직이다. 김 씨는 인턴 기간에 실시한 직무능력발표에서 사무직군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직무능력을 인정받았다. 공공기관에서 이공계 전공자가 사무직으로 일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김 씨가 전공을 초월해 일할 수 있는 것은 남동발전이 실시하는 ‘무(無)스펙 직무중심 채용’ 덕분. 남동발전은 올해 대졸 인턴사원 80명을 채용하면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등을 797개 직무로 체계화) 기반 채용을 적용했다. 전공, 학점, 어학성적 등의 스펙보다 직무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것이다.
학부 시절부터 경제,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김 씨는 관련 수업을 많이 이수했고, 관련 프로젝트에도 꾸준히 참여해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이런 경력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발전기계직군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동현 씨(30·인하대 기계공학과 졸업)는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학부 시절 플랜트 관련 교육과 프로젝트를 충분히 이수해 직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씨도 최근 직무능력발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 발전기계직군 수석을 차지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소 2개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서류전형 통과가 가능했다”며 “직무중심 채용이 정착되면서 자격증 보유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채용을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130곳에서 3000명을 뽑도록 했다. 정부 차원의 NCS 개발, 확산 주무를 맡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입사지원서, 면접평가도구 등 공공기관의 NCS 기반 채용모델 개발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남동발전은 올해 NCS 기반 평가를 채용 전 과정에 적용했다. 일대기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직무 경험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NCS 중심 지원서’를 도입했다. 필기시험은 기존 전공시험을 유지하되 ‘NCS 평가’를 통해 직무적합도와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했다. 특히 직무상황 대처 능력 관련 토론면접 등으로 면접전형도 다양화했다.
그 결과 남동발전의 올해 인턴사원의 출신 대학은 39개로 2013년보다 약 30% 늘어났다. 특정 학교 편중 현상이 완화된 것. 인턴사원의 정규직 전환율도 90%를 넘는다. 허엽 남동발전 사장은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스펙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관심분야를 탐색하고 경험하면서 본인이 좋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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