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나무를 심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2009년 한동훈 씨(38·트리시티 대표)는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었는데,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부처의 프로젝트를 맡았던 그는 조경수 유통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제안서로 만들어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다른 아이템을 찾아보라”고 말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심 끝에 한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결혼 3개월째 안정감을 찾을 시기였지만 그만큼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말이 쉬웠다. 머릿속에 구상했던 것을 막상 하려니까 정보가 너무 없었다. 결국 그는 조경수 농장을 찾아다니며 1년간 전국을 돌았다. 한 씨는 “하루 많게는 1500km를 다녔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계획을 짰다. 먼저 본인이 자신 있는 부분부터 살리기로 했다. 그동안 다녔던 곳 중에서 품질이 좋은 조경수 업체와 거래를 트고 최초로 ‘조경수 전문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만들었다. 조경수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시세도 조회가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13만2000여 m²(약 4만 평)의 땅을 구해 조경수를 심기 시작했다. 그는 2013년 중개 수수료로만 17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달부터는 사업 영역도 확장했다. 조경수 재배뿐만 아니라 정원을 꾸며주는 조경 사업도 시작한다. 현재 경기 과천에 정원 쇼룸을 만들고 있다.
○ 이제는 ‘창농’(농업 관련 창업)
한 씨처럼 IT 등으로 차별화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20, 30대 젊은층이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기존 농업(1차 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해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젊은층은 단순히 귀농하는 게 아니라 창농(농업 관련 창업)이나 취농(농업 관련 취업)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의 농업을 업그레이드한 대학생도 있었다. 영남대 원예과를 졸업한 이정훈 씨(30·친정애 부추농원 대표)의 부모는 40년 넘게 부추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 씨는 2009년 이를 최초로 ‘즙’으로 제품화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양파즙이 잘 팔렸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학생이었던 그는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제품을 팔았다. 수업은 화·수·목요일에 몰아놓고 나머지 요일에는 부추즙을 만들었다. 수업이 끝나고는 자취방에 쌓아놓은 제품을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했는데 번 돈의 10%는 인터넷 등에 광고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농업도 하나의 사업인데 나이든 분들은 좋은 제품 만드는 데 치중하다 보니 판매처 찾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 창농·취농엔 철저한 준비 필요
젊은 창농·취농인들은 “열정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농업에 뛰어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사업이 자리를 잡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와 창농을 한 이승희 ‘고창 처녀농부’ 대표(32·여)는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해 철저히 준비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농사 아이디어 이외에도 지방에서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도 간호조무사,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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