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용등급 5∼7등급 소비자들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부터 연 25∼34.9%의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돈을 빌려야 했다. 기준금리 1.5%의 초저금리 시대이지만 저신용 소비자들을 위한 중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들도 은행에서 5∼10%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금리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5월 26일 인터넷 전문은행의 시범모델 ‘위비뱅크’를 출범하면서 신용등급에 따라 연 5.9∼9.7% 금리로 최대 1000만 원까지 대출해주는 위비 모바일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위비 모바일 대출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을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만으로 신속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비뱅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출신청을 하면 SGI서울보증이 심사를 통해 대출한도를 설정하고, 우리은행이 대출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대출심사를 받아 대출금이 계좌에 입금되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본인 확인은 공인인증서와 휴대전화 사진 촬영으로 가능하다. 은행권 최초로 타행 공인인증서로도 대출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소액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상품이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누적 대출 규모가 100억 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이용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자체 분석이다. 1∼7등급까지 대출을 이용할 수 있지만 고객 40% 이상이 6등급 이하이며 가정주부, 실직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대출받은 사람이 수시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중도상환 수수료도 면제해 주고 있다.
신한은행이 5∼7등급의 직장인 고객을 겨냥해 출시한 스피드업(Speedup) 대출도 주목받고 있다. 재직 6개월 미만의 중간 신용등급 직장인도 신청 가능한 상품인 ‘스피드업 새내기 직장인 대출’의 금리는 6.89∼7.69%이며 재직 6개월 이상인 직장인은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을 통해 더 낮은 5.39∼6.69% 수준의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으로 대출을 위해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9개에 불과하다.
아울러 IBK기업은행도 18일 출시한 모바일뱅크 ‘i-원뱅크’에 중금리 대출상품을 탑재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도 중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저축은행은 3000만 원 한도로 6.5∼19.9% 금리의 ‘KB착한대출’을 운용한다. 신한저축은행 역시 신한은행과 연계해 ‘허그론’이라는 상품을 통해 연 7.9∼17.5% 금리로 3000만 원까지 대출해 주고 있다.
금융권이 이처럼 잇따라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흡수해 저신용·고금리 대출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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