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해양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스타토일로부터 원유 이송 및 정제·생산에 쓰이는 해상 플랫폼 2기를 10억6000만 달러(약 1조1786억 원)에 수주했다고 30일 밝혔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 3’ 조선사를 통틀어도 지난해 11월 이후 첫 해양 플랜트 수주다.
○ 7개월 만의 첫 해양 플랜트 수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플랫폼 2기는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시 서쪽 140km 해상의 요한 스베르드루프 유전에 투입된다. 2기의 설비 중량은 각각 2만5000t, 2만1000t 규모다. 납기는 2018년 말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요한 스베르드루프 유전은 추정 매장량이 17억∼30억 배럴에 달하는 초대형 광구”라며 “노르웨이 석유 생산량의 최대 25%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 2013년 국내 조선 ‘빅3’는 원유 시추와 생산, 운반에 쓰이는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등 해양 플랜트에 자사 매출의 20∼50%를 의존해 오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신규 발주가 끊긴 데다 공사 기간 지연 등이 겹쳐 3사 모두 올해 1분기(1∼3월)에 적자를 냈다.
올 하반기(7∼12월) 빅3의 추가 수주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셸의 나이지리아 ‘봉가’ 프로젝트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전에 참여했다. 규모는 40억 달러에 이른다. 셰브론의 10억∼15억 달러 규모 태국 ‘우본’ 프로젝트에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경쟁 중이다. ENI의 ‘모잠비크 에어리어4’ 프로젝트에는 빅3가 모두 참여했다. 셸의 호주 ‘브라우즈’ 프로젝트에는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 해양 플랜트 회복 판단 일러…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해양 플랜트 신규 발주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신규 해양 플랜트 발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1월 평균 배럴당 104.01달러에서 현재 60달러 선으로 급락한 데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심해 유전들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국제유가는 평균 65∼70달러이고, 5월 말 기준 드릴십 가동률은 2000년대 들어 최저인 79.2%”라고 분석했다.
다행인 점은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이 선박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4일까지 국내 조선소들의 누적 수주량은 710만 CGT(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도를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78.6%, 일본은 49.9% 감소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셔틀탱커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 플랜트보다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해양 플랜트가 수주액은 크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설계와 기자재 기술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공사가 지연되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선박 건조 일정 및 인력 구조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상선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