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세계 2위 종합화학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사빅(SABIC)의 고성능 폴리에틸렌 합작 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1년 중동을 방문해 무함마드 알마디 당시 사빅 부회장을 만나 파트너십을 제안한 지 4년 만이다.
SK종합화학은 3일 서울 종로구 종로 SK서린사옥에서 ‘넥슬렌’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50%씩 출자한 자산 규모 7100억 원의 합작 법인 ‘SSNC(SABIC SK Nexlene Company)’가 공식 출범했다.
○ 최태원 회장 ‘글로벌 파트너링’ 결실
넥슬렌은 2010년 SK종합화학이 100%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다. 각종 산업용 필름과 자동차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시장 규모는 연간 4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까지 매년 8∼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곳은 미국 다우케미컬과 엑손모빌, 일본 미쓰이 등 메이저 화학사들. 이들의 벽이 워낙 높아 SK종합화학은 글로벌 판매 전략 수립이 쉽지 않았다. 물꼬를 튼 건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의 역량만으로 부족하다. 세계 톱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다.
그는 2011년 3월 중동 출장 기간 중 친분이 있던 알마디 전 부회장을 만나 ‘SK의 기술’과 ‘사빅의 인프라’ 간의 결합을 제안하며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스위스 다보스포럼, 중국 보아오포럼 등 재계 인사 모임 때마다 알마디 전 부회장을 찾아 공을 들였다. 3년 만인 지난해 5월 마침내 사빅이 합작 법인 설립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1년간의 실무 작업을 거쳐 합작 법인 SSNC가 설립됐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넥슬렌 원천 기술을 보유한 SK가 원료 경쟁력 및 마케팅 역량을 갖춘 사빅을 만나 세계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며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날개 단 넥슬렌, 연간 100만 t 생산 추진
사빅의 가세로 SK그룹이 석유화학 분야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혀 온 넥슬렌은 날개를 달개 됐다. 사빅은 지난해 매출 502억 달러(약 56조2240억 원), 순이익 62억 달러(6조9440억 원)를 기록한 메이저 종합화학 기업으로 50개국 이상에 4만여 명의 임직원이 있다. 또 세계 최대인 연간 1000만 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해 원료 수급에도 막대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합작 법인 SSNC는 현재 SK종합화학이 현물 출자한 울산의 넥슬렌 제1공장(연산 23만 t)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년 내에 제2공장을 설립해 100만 t 규모의 생산량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메이저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생산 규모다.
사업과는 별개로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말 6조 원 규모이던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업황 악화로 올해 3월 기준 약 8조6000억 원으로 치솟은 상태다. 합작 성사로 SK이노베이션은 SSNC가 보유하게 된 울산 넥슬렌 공장 평가액 중 출자된 몫을 제외한 5400억 원을 현금으로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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