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금 덜 올려 신입사원 더 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내년부터 인상분서 일부 떼내
청년고용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노조 동의 관건… 민간 확산 추진

내년부터 각 공공기관이 노사 합의로 임금인상률을 정부안보다 낮출 경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청년 고용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30개 공기업 등 116개 공공기관이 노사 협의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당초 정부안보다 하향 조정하면 인상률 차액만큼을 신규 채용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재부가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면 공공기관은 이를 그대로 따라야 했다.

만일 기재부가 내년도 공공기관의 임금인상률을 올해와 같은 3.8%로 결정한다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한국전력공사는 노사 협의를 통해 3.7%만 인상하고 나머지 0.1%에 해당하는 금액은 신규 채용에 사용할 수 있다. 2015년 한전의 전체 인건비가 1조7469억 원임을 감안할 때 약 17억 원을 신규 채용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한전의 신규 채용 인원(290명)의 9.0%에 해당하는 26명을 더 채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줄인 인건비가 많아질수록 신규 채용에 공공기관이 쓸 수 있는 금액은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5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공공기관의 퇴직자 감소 때문에 청년 신규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자 퇴직자 감소분만큼 신규 고용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 연장자의 임금이 삭감되는 만큼 그 금액을 청년 고용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년 연장자의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청년 고용을 위한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탓에 결국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확산되자 정부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한 달여의 논의 끝에 정부가 마련한 대안은 우선 임금피크제로 인한 정년 연장자의 임금 삭감분으로 신규 채용 인건비의 50∼70%를 확보한 뒤 추가적인 방안을 통해 신규 채용 인건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방안으로는 임금인상률 삭감분 적립금을 비롯해 임금피크제를 거부하고 퇴직한 이들의 인건비와 승격 제한을 통한 인건비 절약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신규 채용을 한 공공기관에 상생고용지원금(1인당 540만 원)을 지급하면 공공기관은 내년부터 2년간 신규로 충원할 수 있는 최대 6700명의 연봉을 올해 신입사원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100% 수준으로 임금을 못 맞추는 공공기관의 경우 한시적으로 청년을 인턴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이 제도가 실제 시행되려면 노사 합의가 원만히 이뤄져야 한다. 공공기관 노조를 중심으로 “사실상 인건비 인상률을 삭감하겠다는 의도”라는 반발도 일부 나오고 있다. 노조 측에선 임금인상률 조정뿐만 아니라 승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에 정부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존 근로자들이 일정 부분 희생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일차적으로 공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노조의 이해를 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해당 재원 마련 모델이 공공기관에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향후 민간기업에도 권고할 방침이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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