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같은 이웃한테 시달리면서 그냥 죽 사는 거야. 니들은 다를 줄 알지? 완전 같지. 서로가 서로에게 고객이면서, 시달리면서, 100퍼센트의 고객으로는 평생 살아보지도 못하고. ―누가(황정은, 2014년)》
우리는 화를 낸다.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윗집에,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는 것 같은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굳이 내 앞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앞차 운전자에게.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만 일주일에 1, 2일 화를 내는 사람의 비중이 30%가 넘고 3, 4일 화를 내는 사람도 20%가 넘는다. 절반 이상이 화를 내므로 화를 내는 사람 중 적어도 일부는 그 대상자 역할도 함께 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해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소설 ‘누가’는 조용한 곳을 찾아 이사를 해온 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는 누군가가 임차해 살던 집에 새 임차인으로 들어간다. 이웃이 찾아와 짖는 소리가 들렸다고, 개를 키우느냐고 묻는다. 그런 이웃을 ‘미친 사람’으로 여기던 주인공은 위층의 누군가가 시끄럽게 구는 소리에 항의하며 개에 대해 묻고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주인공은 복수심에 불타 물건을 천장으로 던져댄다. 그러자 아래층에 산다는 사람이 올라와 그에게 욕을 퍼붓는다. 위층 바닥을 향해 던진 물건이 떨어지면서 아래층 천장을 울려댔기 때문이다. 어떤 등장인물에도 이름이 부여되지 않은 이 소설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사실 그렇다. 100% 화를 내기만 하는 사람이나 100% 그 대상이 되기만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서로가 서로를 괴롭힌다. 피해를 입고 역정의 대상이 될수록 누군가를 괴롭히고 화를 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행의 총량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는 이 뻔한 논리가 막상 내가 피해자 역할을 맡을 때는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니까 절반 이상의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화를 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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