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열한 취업 시장의 화두는 단연 ‘스펙 초월 채용’이다. 필자의 대학 시절만 해도 ‘스펙’은 수입 자동차 설명서에서나 볼 수 있는 용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펙 3종, 5종, 7종 세트에 이어 스펙 9종 세트(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경력, 사회봉사, 성형수술)라는 신조어마저 나오고 있다. 스펙 12종 세트로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지금까지 국내의 많은 전문기관 취업시장은 스펙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능력이 무시된 고스펙 신규인력 채용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새 대안으로 고용노동부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토대를 둔 능력중심 채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최초로 NCS 기반 스펙초월 채용 시스템을 올해 초 처음 실행했다. 그동안 고스펙을 갖춘 인재를 우선 선발하던 연구기관에서 스펙을 초월한 능력 중심의 채용을 위해 공인 영어성적과 학력 제한 등을 과감히 없앴다. 특히 기술·행정직은 서류전형 없이 NCS 기반 직무능력평가에 바로 응시할 수 있게 했다. 연구기관 특성상 연구직 서류전형은 기존대로 실시해 정부 정책과 기관 특성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NCS 채용제도를 설계했다. 연구직을 포함한 전 직군의 3차 전형은 NCS 기반 구조화 면접방식으로 실시해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NCS 채용 결과는 최적화된 직무 중심의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았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연구직은 박사급뿐만 아니라 우수 연구실적과 역량을 갖춘 석사급 연구 인력도 함께 채용했다. 행정직은 스펙 초월과 직무 적합도, 직무 수행능력을 강조해 공인 영어성적이 없거나 학점이 낮더라도 실제 업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우선 채용했다.
앞으로 NCS제도는 인사채용 제도뿐 아니라 인사관리 전반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NCS는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제도를 보유한 공공기관이 하나의 목표와 가치 미션을 공유하는 능력 중심 사회 구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NCS제도의 새로운 적용 성공 사례는 모든 공공기관 인사담당자와 취업준비생에게 희소식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의 사례가 학벌과 스펙 만능 사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 발전하는 출발점이자 국가 연구기관의 NCS 도입과 확산의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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