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6일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에 중점을 둔 이른바 ‘최노믹스’의 성과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10점 만점에 6.6점을 매기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주택시장 정상화, 규제개혁, 확장적 거시정책 추진은 잘한 일로 평가했지만 기업투자 촉진, 노사정 대화 복원 등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출신인 최 부총리의 새누리당 복귀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올해 12월 이후 당으로 돌아가거나 복귀시점 자체에 대해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지 못한 과제가 많은 만큼 정치적 행보에 신경 쓰지 말고 경제부총리로서 할 일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다. 7일 최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 참사로 경제가 어렵다고 할 때 들어와서 절박한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1년이었다”고 자평했다. 정치권 복귀시점에 대해서는 “자의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절반의 성공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추진한 46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높이는 성과를 냈지만 유로존 불안 등 대외적 요인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9%로 높은 편이어서 올해 1분기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있었고 1분기 수출이 부진한 점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점도 침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소비는 소매판매액이 내구재를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다소 개선됐다. 취업자 수 역시 지난해 7월 2597만9000명에서 올해 5월 2618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실업률은 같은 기간 3.6%에서 3.9%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통상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지만 지난해 말부터 6개월 연속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장기 침체국면에서 물가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됐다. 실제 2014년 3분기(7∼9월)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3%였지만 올해 1분기의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률은 2.5%에 그쳤다.
성장률이 부진한 가운데 최 부총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활성화 목표 가운데 가장 잘한 일로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들면서도 가계부채 등 리스크 관리는 못한 일로 꼽았다. 실제 5월 전국 주택 매매건수는 10만9872건으로 지난해 5월(7만8210건)보다 40.5% 늘어 부동산 경기회복세를 이끌었다. 반면 가계부채는 1100조 원을 넘어섰지만 가계가 연쇄 도산할 위험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상태다.
○ 노동, 공공 등 갈길 먼 개혁 과제
정부가 돈을 쏟아부은 결과 주택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등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정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 부총리 중심의 경제팀이 부실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개혁이라는 과제 자체가 씨를 뿌린 뒤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경제 전문가 10명 중 4명은 지난 1년 동안 최 부총리가 내수활성화 분야와 관련해 잘못한 일로 서비스업 활성화 등 기업투자 촉진을 꼽았고 경제혁신과 관련해서는 유망 서비스업 육성 등을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자주 투자진흥회의를 열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활성화대책에도 건설투자, 설비투자와 같은 투자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하락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부문은 수출입이었다. 수출은 지난해 7월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지만 올해 5월에는 10.9% 감소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수입 역시 5.7% 증가에서 15.4% 감소로 전환됐다. 다만 수출 감소율보다 수입 감소율이 더 컸기 때문에 무역수지는 흑자를 나타냈다.
▼ 전문가 50% “崔 국회 복귀, 12월 이후가 적절” ▼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창조경제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문제로 지적한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벤처기업 100곳이 창업하면 10개만 살아남을 정도로 성공률은 낮지만 창의성을 토대로 한 경제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방향을 맞게 설정한 것”이라며 “창조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전문가 10명 중 4명은 잘한 정책으로 꼽은 반면 또 다른 4명은 잘못한 정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정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공공개혁의 경우 방향은 바람직했지만 정치권의 비협조 등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미완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정치권 복귀에 연연하지 말라”
최 부총리의 정치권 복귀시점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5명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12월 이후가 적절하다고 봤다. 또 2명은 정치권 복귀시점 자체에 대해 연연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당청 관계가 경색돼 있는 만큼 최 부총리가 정치인으로 돌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얼어붙은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사실상 연 2%대로 곤두박질친 경제를 떠받치는 과정에 단절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하반기 이후 경제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포퓰리즘 성향의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보다는 현재진행 중인 정책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정책이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늘리는 수요 확대 정책이었다면 향후 정책은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공급 확대 정책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은 구조개혁이 가능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어 성과를 내는 반면 한국은 산적한 과제가 많은데도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어 “고용이 감소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나아지도록 하는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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