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중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이 운영진의 극심한 분열로 창립 1년 4개월이 넘도록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내 잡음이 계속 커지자 네이버는 당초 올해 초 200억 원을 출연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희망재단 운영상 문제에 대해 지난달 초 조사에 들어갔다.
8일 미래부와 희망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희망재단은 지난해 2월 출범 이후 일부 교육사업을 제외하고는 중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출범과 동시에 소상공인연합회가 회장 선출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결과다.
희망재단은 지난해 2월 중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이버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공익 법인이다. 네이버가 재단 설립과 활동을 위해 500억 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100억 원은 이미 지난해 지급했다. 재단 운영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실무는 11개 분과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에서 맡도록 했다. 초대 이사장으로 김기문 전 중기중앙회장이 위촉됐다.
당초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분과였던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초 국내 유일의 소상공인 법정 단체로 출범했다. 하지만 단일 대표를 선출하지 못하고 공동대표 체제로 시작하는 등 분열의 조짐을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출범 전부터 당시 김 중기중앙회장을 따르는 측과 그 반대편으로 갈라져 있었다”면서 “일단 공동대표로 출범하고 1년 뒤에 새 대표를 뽑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져 현재 상대 측 인사에 대한 고소전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네이버가 지급한 100억 원도 지금까지 50억 원 정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
희망재단 일부 인사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이사들과 분과위원회 위원들이 회의 수당을 회당 30만∼50만 원씩 챙겨가고 있다”며 “심지어 어떤 위원은 자신의 자녀를 재단에 취직시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재단 일에 관여했다가 사퇴한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이 참여하는 동반성장위원회 회의 수당도 이보다 높지 않다”면서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허울 좋은 명분만 앞세우고 결국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희망재단의 개점 휴업 상태가 길어지자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미래부는 지난달 초 각종 잡음과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식 감사는 아니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감사를 실시하는 등 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래부가 나서자 김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김 이사장은 “회사(로만손) 일이 너무 바빠져서 이사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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