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거푸집 등 가설구조물을 세운 뒤 사고가 나면 해당 구조물을 설계한 사람이 책임지도록 법률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건설 중인 구조물 붕괴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가설구조물 설계를 설계사가 아닌 건설사가 직접 맡아야 합니다.”
구조공학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영석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설구조물의 붕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해법을 이같이 제시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7월 방화대교 남단 램프 공사현장 붕괴사고 당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구조공학단체총연합회는 한국콘크리트학회 한국지진공학회 토목구조기술사회 등 구조공학 관련 학회 및 기술사회 11곳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행정예고 중인 건설기술진흥법의 행정규칙에 따르면 설계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가설구조물 구조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종전에는 설계자나 시공사의 설계의무가 규칙상 명시돼 있지 않았다. 최근 가설구조물 붕괴사고가 잇달아 일어나자 설계자, 시공사 모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가설구조물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 시공 단계로 넘어가면 공사 환경이 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설계자가 이런 현장 상황을 미리 고려해 설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방화대교 공사 사고도 시공사의 가설구조물에 대한 설계책임을 강화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방화대교 남단 램프공사는 설계 단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콘크리트 장비 등이 투입되면서 가설구조물의 설계가 변경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 사고가 일어났다”며 “이 때문에 공사현장에 상주하는 건설사가 책임지고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는 게 맞다”고 했다.
시공사들이 시공 단계에서 전문 시공설계자들에게 관련 업무를 맡긴다면 이 부문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 교수는 “해외에서는 시공 단계에서 가설구조물에 대한 설계를 시행하는 ‘시공설계’ 사업이 정착돼 있다”며 “시공사가 전문 시공설계자들에게 가설구조물에 대한 설계를 맡기다 보면 관련 분야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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