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중국어 전공 재무통 vs 영업통…누가 中지사장에 적합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 시장이 활짝 열렸고 값싼 노동력과 엄청난 잠재 수요가 전 세계 기업들을 유혹했다. ‘조은식품’도 중국 파트너와의 기술제휴 및 투자를 통해 중국 땅에 입성했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배워 나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사업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중국 파트너가 시키는 일뿐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성과가 없었다. 2년이 돼 갈 무렵, 중국 직원 한 명이 공금을 횡령했다는 죄목으로 공상국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 직원 한 명이 연루되면서 일이 커졌다. 중국 파트너는 돌변해서 중국 공안과 함께 조은식품을 밀어붙였다. 결국 첫 중국 진출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4년 후 조은식품은 또다시 중국 진출을 도모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과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활로를 찾아보기로 한 결과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중국 지사장으로 누구를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후보자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재무에 밝은 A 차장과 영업에 능통한 B 차장, 젊고 의욕이 넘치는 C 대리 등 셋이다. 다음은 목표 고객이다.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라면을 중국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한다. 누구를 상대로 팔아야 할까? 부지런히 영업망을 뚫던 어느 날 약속을 중복해 잡은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인을 만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국상인협회 모임과 중국 가정의 음식문화를 배울 수 있는 중국인 동료의 초대 자리 중 어느 곳에 가겠는가?

사례에 나오는 조은식품은 물론 가상의 회사다. ‘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라는 신간에 나오는 이 사례는 조은식품이 중국에 첫발을 내딛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단계별로 부닥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내걸고 선택지를 제시해 결정을 묻는다.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느 새 중국 시장에 대한 대응법을 익혀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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