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낙농업자는 기자에게 “젖소 울음소리가 이렇게 구슬프게 들릴 때가 없었다”고 했다. 우유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공급은 부쩍 늘어 지난해 우유 재고가 4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낙농진흥회에서 우유의 원유(原乳) 가격을 2년 연속 동결하기로 했다.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했지만 우유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 우유의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주는 원유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는 낙농가와 유업체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송용헌 19대 조합장(사진)을 서울우유 본사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800여 명의 조합원이 속해 있는 국내 최대 낙농 조합으로 11일 설립 78주년을 맞는다.
“낙농가들도 현재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원유 가격을 올려야 했지만 올리지 않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원유 가격 이야기가 나오자 송 조합장도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사실 우유 소비는 수년 전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낙농가 역시 이를 알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원유 수급 조절에는 실패했다. 그는 “젖소 사육 마릿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품종이 좋아지다 보니 생산량이 늘었다”며 “장기적으로 수급 조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유 공급이 넘치는데 오히려 가격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송 조합장은 “공급이 는다고 우유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면 관련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조합장은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저가의 외국산 유제품이 들어오게 돼 국내 낙농업의 위기감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현재 원유 기본 가격은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결정한다.
서울우유는 ‘우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해답은 기본으로 돌아가 더 몸에 좋고 맛좋은 ‘시유(市乳·원유를 살균해 시중에 내놓는 우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송 조합장은 “2020년까지 국내 최대 유가공 통합공장을경기 양주시에 건립할 예정”이라며 “더 좋은 품질의 우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23만1400m²(약 7만 평) 터에 3000억 원을 들여 짓는 통합공장이 완공되면 시유에서 분유와 연유, 치즈 등 유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수출도 재개한다. 서울우유는 5월 할랄 인증을 획득해 이슬람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중단됐던 중국 수출도 8월부터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송 조합장을 필두로 우유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조합장이 올 초 재선에 성공했는데 조합 역사상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신망이 두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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