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내수시장 부진으로 자국 내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자 해외 생산 물량을 추가로 유치하거나 이관해오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어가는 한국과 반대 양상이다.
10일 자동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닛산은 내년 봄부터 일본 규슈(九州) 공장에서 북미 수출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연간 10만 대 생산하기로 했다. 북미용 로그는 현재 미국 테네시 주 르노 스머나 공장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만 생산한다. 규슈 공장은 로그의 일본형 모델인 ‘X트레일’을 생산하고 있다.
닛산은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내 로그 판매량이 13만539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6.3% 증가하자 증산을 결정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저유가로 SUV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닛산 측은 “향후 로그 판매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규슈 공장은 비용이 낮고 생산 유연성이 확보돼 있어 수출용 차량 생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연합 회장은 앞서 “닛산의 일본 생산량을 매년 100만 대 이상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에서 로그를 생산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수출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한때 닛산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추가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르노삼성차는 내년 새로 내놓을 중형 세단 때문에 더이상의 로그 물량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닛산으로부터 로그 수출물량 8만 대를 확보했고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11만 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약속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특정 공장에서 신차를 생산하기로 검토하고 실제 생산을 시작하기까지는 3년 안팎이 걸린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약세 특수를 누려왔다. 특히 2014년 2차 양적완화를 계기로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기로 한 물량을 일본으로 이관하며 일본 내 생산량을 키우기로 했다.
도요타는 2017년 미국 스바루 인디애나 공장에서의 ‘캠리’ 위탁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에 일본 도요타 쓰쓰미(堤) 공장에서 연간 1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혼다는 북미 수출용 ‘피트’를 현재 멕시코 셀라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내년 3월부터 일본 요리이(寄居) 공장으로 이전해 연간 3만 대씩 생산한다. 스바루는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신형 ‘XV 크로스트랙’을 생산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2017년부터 야지마(矢島)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산 승용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율은 2.5%다. 향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일본의 매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강성 노조와 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올 1월 생산직 직원의 시간당 인건비를 기준으로 상두빌, 두에, 플랑 등 프랑스 내 승용차 대표 공장 3곳의 평균 임금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3년 7월에는 프랑스 공장 대비 81% 수준이었으나 1월 106%로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한국GM도 지난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국내 4개 공장이 모두 제너럴모터스 해외영업본부(GMIO)에서 ‘고비용’ 공장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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