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이른다. 특히 60세 이상 가구주가 보유한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어느 연령대보다 부동산 비중이 높다.
반면 이들 가구주의 가처분 소득은 평균 2700만 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또한 이들 고령층 가구주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일시상환 비중이 45.1%나 된다. 즉 고령층 가구주일수록 자산은 부동산이 대부분이고, 소득절벽에 거의 내몰린 상황이며, 부채는 일시상환 형태라 가계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고령층 인구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이후에는 한국이 초고령사회(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20% 이상)로 접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주택 수요의 주요 연령층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이후 2030년까지 매년 약 37만 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과 맞물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아질 뿐 아니라 은퇴 연령층이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부동산자산 비중을 축소하게 돼 주택시장은 장기적으로 추세적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주택시장은 가격과 거래량 측면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 흐름은 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주택허가물량이 증가하는 건 불안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1∼6월) 분양예정 물량은 2000년 이래 최대수치인 약 24만 가구나 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 상반기의 11만 가구에 비해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물량이다. 이들 분양물량의 입주 시점과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 시점이 맞물리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큰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주택시장에 미칠 고령화 충격은 공급물량 조절과 자산유동화와 관련한 정책 등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지속된 일본의 주택가격 하락 배경에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공급량 조절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당시 일본은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주택 착공 물량은 144만 가구로 1980년대 주택시장 초호황기 때의 136만 가구보다도 많았다.
한국은 현재 초고령사회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주택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주택시장에 필요한 것은 우선 중·장기적인 주택공급 계획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주택공급 관련 중·장기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이 협의체는 주택시장과 연계한 주택개발의 총량을 고려하면서 공급물량의 적정성을 종합평가하고 중·장기 적정 공급 수준에 대한 연구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
또한 고령층에 편중된 실물자산을 한국의 주택시장 상황에 적합하도록 유동화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한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38.6%)이었다. 소득절벽에 가까운 고령층에 주택연금과 같은 다양한 자산유동화상품을 개발해주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택연금을 통해 고령층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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