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독일산 디젤차 판매가 급증한 데는 국내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가격이 좀 비싸도 ‘연비가 훨씬 좋으니 크게 손해는 아니다’라며 수입차 구매를 스스로 정당화시킨 셈이죠.
그런데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연료소비효율(연비)을 수정했습니다. 12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독일 폴크스바겐 골프 1.6TDI 블루모션의 연비가 L당 18.9km에서 16.1km로 낮아졌습니다. 높은 연비로 국산차와 수입차 가릴 것 없이 해치백 모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이 차량의 연비가 한 번에 15%가량이나 뚝 떨어진 겁니다.
최근 수입차의 연비 하락은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BMW 118d의 연비는 L당 18.7km에서 17.4km로, 푸조 1.6 디젤 모델의 연비도 18.4km에서 16.2km로 각각 낮아졌습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연비를 크게 낮춰 신고하는 것을 두고 정부가 올해부터 연비 검증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사한 실연비가 업체가 신고한 연비보다 5% 이상 낮으면 과징금 처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해서는 이른바 ‘뻥연비’라고 비난하면서 수입차를 선호한 이유는 무엇보다 연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 중대형 차량의 디젤 엔진 개발이 속속 완료되고 수입차도 좀 더 냉정한 잣대로 연비 검증을 받게 됐습니다.
이제야말로 국산차와 수입차의 진정한 ‘연비 정면승부’가 펼쳐지게 되는 거죠. 국내 소비자들도 연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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