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설립되는 공영 홈쇼핑이 14일 개국을 앞두고 있어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홈쇼핑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민간 홈쇼핑 업체들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계는 기존 업체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창조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 농협경제지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각각 50%, 45%, 5%의 지분을 출자해 ㈜공영홈쇼핑을 설립하고 채널 브랜드명을 ‘아임쇼핑’으로 확정했다. 14일 개국하는 아임쇼핑은 씨앤엠과 티브로드 등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인터넷TV(IPTV)에서 모두 방송할 예정이다. 채널 번호는 대부분 20번, 21번으로 정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민간 홈쇼핑 업체가 6개나 있는데도 추가로 공영 홈쇼핑을 출범시키는 것은 공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기존 홈쇼핑 업체의 판매 수수료율은 30% 중반 수준으로 백화점(28.3%)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입점 업체들은 판매수수료 외에도 상품 배송료와 게스트 출연료, 사은품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해 실제 체감하는 수수료율은 50%에 이른다. 반면 홈쇼핑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5%에 달해 국내 대기업(4.6%)이나 중소기업(4.3%) 평균보다 훨씬 높다.
중소기업들이 홈쇼핑에 출연하는 것 자체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조사에 따르면 출연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5% 내외만이 방송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체들이 중소기업 등에 부리는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검찰 수사에서 롯데홈쇼핑의 직원들은 이른바 ‘갑’의 지위를 활용해 영세 업체에서 뒷돈 수억 원을 챙겼다. 그 돈으로 전처(前妻)의 생활비를 대거나 도박 빚을 갚는 등 비리 내용도 혀를 두르게 할 정도로 다양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존 민간 업체들은 방송을 전제로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시간을 강제로 변경하거나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추가 비용 등을 강요해 중소 업체들을 고통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영홈쇼핑이 기존 민간 업체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출범하는 만큼 수익성을 낮추더라도 공익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 홈쇼핑이 30%대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 것에 비해 공영홈쇼핑은 23%의 판매 수수료를 적용한다. 또 수익이 나더라도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생산자 단체 육성과 소비자 보호 등 공익 목적에 활용하도록 규정했다. 향후 공영홈쇼핑은 TV 홈쇼핑 외에도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상거래, 오프라인 매장 등의 유통망을 구축해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중기청 측은 “창업 기업들이 내놓는 혁신 제품의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더 큰 민간의 유통 채널로 제품을 보내 히트 상품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공영홈쇼핑의 향후 성공 여부는 중소기업의 혁신 제품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기 혁신 제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농축수산물 판매 중심의 홈쇼핑으로 성격이 변해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될 수 있다”며 “공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