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밥집을 찾은 대학생 김은비 씨(22·여). 친구들과 식사를 마친 후 커피 전문점으로 가서 수다를 떨었다. 습관처럼 편의점에도 들렀다. 김 씨가 외출한 시간보다 조금 앞선 오후 4시, 김 씨의 어머니인 조미숙 씨(55)는 반포 고속터미널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차를 마시고 함께 쇼핑도 즐겼다. 귀가 전에 인근의 대형 마트를 찾아 저녁 장을 봤다. 중년 여성과 젊은 여성은 ‘모이는 곳, 돈 쓰는 곳’이 다르다.
본보는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부와 함께 서울에 사는 중년 여성의 주요 상권과 소비 행태를 젊은 여성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중년 여성들은 주거지 인근의 백화점과 마트에서, 젊은 여성들은 대학가 편의점에서 돈을 썼다. ○ 중년 여성들, 백화점·대형 마트로 모여
오목교역 인근 목동 상권, 중계역, 창동역, 불광역…. 여성이 많이 찾는 상권 중 일부다. ‘저기에서 약속을 잡아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젊은 여성, ‘평소 부담 없이 가던 곳’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면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상권은 50대 이상 여성의 주요 20개 상권에만 포함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상권들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주거 단지와 가까운 것도 공통적이다.
데이터 분석을 총괄한 안상욱 국민카드 데이터전략부 차장은 “중년 여성들이 단순히 장을 보는 것 이외에도 백화점·대형 마트 같은 큰 가맹점 한 곳에서 밥을 먹고 여가를 즐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집과 가까운 곳에서 모이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목동과 중계역 상권에서 50대 이상 여성이 돈을 쓰는 주요 업종에는 찜질방·목욕탕이 포함됐다. 이는 다른 상권에서는 보이지 않는 업종들. 주로 오전 6∼9시 이용이 많았다. ○ 도심·대학가에선 중년 여성도 젊은이처럼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모이는 상권은 홍익대 입구였다. 50대 이상 여성들에게는 20위에 그쳤다. 신림역 돈암동 등은 20대 여성의 주요 상권에만 포함됐다. 20대 여성이 많이 찾는 대부분의 상권에서 결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편의점이다. 커피 전문점의 비중도 크다.
명동, 종로1가, 건국대 입구, 영등포역, 잠실역 등은 중년과 젊은 여성 모두가 많이 찾았다. 50대 이상과 20대 여성이 같이 찾는 상권에서는 50대 이상의 여성이 20대의 소비 행태를 따라갔다. 대학가 상권에서는 50대 이상도 20대처럼 오후 6시 이후에 머무는 비중이 컸다.
시간대별 행태를 보면 50대 이상 여성이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3∼6시, 두 번째는 낮 12시∼오후 3시였다. 20대 여성은 오후 6∼9시가 1위, 낮 12시∼오후 3시가 2위였다.
서울의 대형 상권 중 하나인 강남역은 북부와 남부로 상권의 성격이 달랐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에 이르는 북부 상권에서는 오전 6시∼오후 9시까지 20대 여성은 병원에서 돈을 썼다. 비슷한 시간대인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50대 여성은 화장품을 샀다. 남부 상권에서는 자정 이후 50대 이상 여성이 술집에서 돈을 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