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3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외환은행 노사는 어제 합병 원칙 및 합병은행 명칭 등에 합의하면서 통합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했다. 올해 9월 1일까지 통합이 완료되면 자산규모 기준으로 국내 최대 은행(약 290조 원)이 출범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저금리 기조와 불황에 따른 두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조기 합병 카드를 꺼냈으나 외환은행 노조는 “2012년의 합의 내용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경영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2012년 합의서의 구속력을 인정하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된 이상 두 은행의 통합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국제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기본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1000대 은행에서 50위 안에 포함된 한국의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산정한 한국 금융 산업의 국제경쟁력 순위는 80위에 불과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상품 개발과 서비스 확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외환은행 노조는 고용, 임금, 인사, 복리후생 수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대신 조기 통합에 동의했다. 노조의 합의 없이는 조기 통합이 어려운 현실이기는 하지만 하나금융 측이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 후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비슷한 지역에서 경쟁하는 점포들을 적정 수준으로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통합 후에도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과잉인력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두 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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