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주총 반대에도 ‘신종 종류주식 발행’ 적극적인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11시 57분


2014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2조7500만 엔)을 낸 자동차기업 토요타가 올해 6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AA형 신종 종류주식 발행’을 의결했다. 1936년 판매한 최초의 양산자동차 ‘AA’의 이름을 딴 이 주식은 다음달 5000억 엔 조달을 목표로 1차 발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발행되는 종류주식의 특징은 원금이 보장되면서 의결권까지 딸려 있다는 점이다. 발행 후 5년 간 평균 배당수익률이 1.5%로 현재 5년물 국채 금리(0.1% 전후)보다 훨씬 높다. 주식을 보유한 뒤 5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발행가격으로 회사에 되팔 수 있다. 정리해 표현하자면 ‘의결권부 고금리 전환사채(CB)’인 셈이다.

토요타는 “연료전지 자동차 등 현재 진행 중인 미래형 자동차의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주식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주식은 발행 후 5년 동안 미상장 상태로 매각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기간동안 안정적 자금집행을 하게끔 도와주는 개인주주 우군(友軍)을 모집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다. 현재 토요타의 개인주주 비율은 10.5%에 불과한 데 비해 단기실적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은 해외 연기금이나 각종 투자펀드들이 점차 세를 불려 나가고 있어 이들을 견제할 지분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주총에서는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 등이 ‘경영규율의 악화’가 우려된다며 종류주식 발행 건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회사는 종류주식 발행에 적극적이다.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발목을 잡힌 삼성물산과 비슷한 상황이 토요타에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투자자들도 원금보장 고금리 상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상호이해의 접점이 보인다. 다만 1년 새 30% 정도 주가가 상승한 상태에서 다시 26~3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이 발행된다는 점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점이다.

일본은 2001년, 한국은 2011년 각각 회사법 및 상법개정을 통해 종류주식 도입을 구체화 한 바 있지만 지금껏 대기업이 도입한 전례가 없었다. 엔고 시절 “마른 수건도 쥐어짜라”며 영업 측면에서 원가절감의 진수를 보여줬던 토요타가 이제는 재무측면에서 어떻게 실험을 진행해 나갈지 흥미롭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고도 기업지배구조를 정비하고 본연의 연구 개발에 ‘다걸기’ 하려는 토요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앞서 토요타는 올해 직원 월 기본급을 ‘겨우’ 4000엔(약 3만6000원)만 올린 바 있다.

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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