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씨(59)는 최근 퇴직금 등 여유자금으로 생긴 1억5000만 원을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여러 개에 나눠 넣었다. 당초 중국 본토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려고 했던 이 씨는 최근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걸 보고 투자 상담을 다시 받았다. 그는 “중국 채권상품에 투자하면 연 4%대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얘기에 끌렸다”며 “국내 채권보다 수익률은 훨씬 높고 다른 주식상품보다는 위험이 적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1.5%인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해외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해외 틈새상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인도 채권, 몽골 투자 펀드 등 새로운 해외투자 상품이 잇달아 쏟아지며 수익률 1%가 아쉬운 국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이달 초 몽골 1위 은행인 몽골무역개발은행(TDB)의 예금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아 250억 원어치를 ‘완판’했다. 몽골의 유일한 외국계 증권사인 대우증권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몽골 투자 펀드를 선보여 370억 원을 판매한 바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 상품의 투자수익률이 연 5∼6%대여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찾는 고객들이 많아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채권 상품도 새로운 해외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시중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중국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최준규 신한금융투자 프라이빗뱅커(PB)는 “투자할 만한 중국 국채나 국영기업의 회사채가 나오면 고객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매입한다”며 “국내 수익률이 너무 낮다 보니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해외 채권 가운데 수익률이 높은 중국 채권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중국 채권형 펀드 15개 가운데 9개가 올해 나온 신상품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4일까지 중국 채권형 펀드에 유입된 돈은 3141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나온 ‘신한BNPP 중국더단기펀드’는 한 달도 안 돼 800억 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국내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국 본토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부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중국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 채권형 펀드의 수익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채권 펀드도 올해 새롭게 등장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월 선보인 인도 채권 펀드는 약 3개월 만에 161억 원이 유입됐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신흥국 채권투자는 브라질 국채가 주를 이뤘는데 최근 중국, 인도 등으로 지역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가스 같은 에너지를 이송하는 파이프라인, 저장시설 등 인프라를 보유한 마스터합자조합(MLP)에 투자하는 펀드도 올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신상품이다. 3개 자산운용사에 관련 상품을 선보여 61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처럼 해외 틈새상품이 늘고 있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자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신상품을 적극 발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건엽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해외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쏠리지 말고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틈새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선보여 10%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는 ‘항공기 구매 후 재임대’(세일 앤드 리스백) 투자상품을 개인 고객용으로도 선보일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상품기획부 직원들을 영국, 스위스, 프랑스, 중국에 파견해 해외투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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