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인데 값 껑충… 기막힌 고등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산란기 한달 늦고 中어선 남획 탓… 소비 많은 큰 놈들은 안 잡히고
통조림용 작은 것들만 많이 잡혀… 중급 노르웨이産 수입 늘려

국민 생선 고등어의 공급량은 늘었지만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크기의 고등어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고등어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실적을 보면 올해 고등어 금어기 종료일(6월 8일)부터 7월 11일까지 고등어 위탁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81.3%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중(中)급 고등어 1kg의 6월 평균 도매가는 4798원으로 지난해 6월의 도매가격 3727원보다 1000원 이상 올랐다. 올해 6월 도매가격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7월 들어서도 1∼11일 도매가가 402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41원)보다 7.7%가량 상승했다.

이렇게 고등어 가격이 오른 이유는 어획된 물량 중 상(上)급과 중급 고등어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마리당 무게에 따라 상(500g 이상) 중(300∼500g) 하(300g 미만) 등급으로 나뉜다. 하급은 주로 통조림 등을 만드는 가공 업체에서 활용한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시장에서 구매해 조리해 먹는 고등어는 대부분 중급 이상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량을 보면 상급의 양은 지난해보다 68.8% 줄었다. 중급은 95.9%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반면 하급 고등어의 위판량은 199.1% 늘었다. 이 때문에 총 위판량은 지난해 96만4000kg에서 올해 171만8000kg, 1.8배로 늘었으나 상급과 중급을 합친 비중은 40.1%에서 1.7%로 급감했다.

이처럼 큰 고등어가 잡히지 않는 것은 우선 산란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산 고등어들은 주로 부산과 제주 인근 바다에서 잡힌다. 고등어를 잡는 어선들은 보통 산란기에 맞춰 자율적으로 어획을 하지 않는 금어기를 갖는다.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올해 금어기는 5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로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늦었다. 롯데마트 수산팀에 따르면 “산란기 때 큰 고등어들이 근해로 온다. 이때 어선들이 알을 낳은 큰 고등어들을 잡는데 올해는 산란기가 늦어지면서 큰 고등어들이 적게 왔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어선들이 사용하는 그물은 매우 작은 물고기를 뺀 나머지 물고기들을 쓸어가게끔 돼 있다. 롯데마트 측은 “중국 어선 그물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고등어는 다 커도 상급과 중급 고등어 크기로 자라기는 힘들다. 중국 어선 때문에 결국 한국 근해에는 작은 물고기만 남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과 중급 고등어의 공급량이 줄어들자 유통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나섰다. 이창곤 롯데마트 수산상품기획자는 “어선-위판장-중간 상인-롯데마트로 이어지는 유통 단계에서 위판장과 중간 상인을 거치는 과정을 생략하고, 어선 조합들과 직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유통 단계를 축소해 원가를 기존보다 30%가량 낮췄다.

국내 고등어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은 수입 고등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수입 고등어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노르웨이산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자반고등어를 기준으로 2008년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판매량은 국산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 대 3 정도로 노르웨이산 판매 비중이 더 높다. 400g 내외의 중급 고등어의 경우 노르웨이산이 국산보다 20% 정도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고등어#산란기#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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