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2조7500만 엔)을 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AA형 신종 종류주식 발행’을 의결했다. 1936년 판매한 최초의 양산 자동차 ‘AA’의 이름을 딴 이 주식은 5000억 엔 조달을 목표로 1차 발행될 예정이다.
이 종류주식의 특징은 원금이 보장되면서 의결권까지 딸려 있다는 점이다. 발행 후 5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은 1.5%로 현재 5년물 국채 금리(0.1% 전후)보다 높다. 주식을 보유한 지 5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발행 가격으로 회사에 되팔 수 있다. 한마디로 ‘의결권부 고금리 전환사채(CB)’인 셈이다.
도요타는 “연료전지 자동차 등 현재 진행 중인 미래형 자동차의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주식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주식은 발행 후 5년 동안 미상장 상태로 매각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기간에 자금 집행을 안정적으로 하게끔 도와주는 개인주주 우군(友軍)을 모집하는 게 회사의 목적이다. 현재 도요타의 개인주주 비율은 10.5%에 불과한 반면 단기 실적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은 해외 연기금이나 투자펀드들은 세를 불리고 있어 이들을 견제할 지분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주주총회에서는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 등이 ‘경영규율의 악화’가 우려된다며 종류주식 발행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기업은 종류주식 발행에 적극적이다.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발목을 잡힌 삼성물산과 비슷한 상황이 도요타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투자자들도 원금 보장 고금리 상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상호이해의 접점이 보인다.
일본은 2001년, 한국은 2011년 각각 회사법 및 상법 개정을 통해 종류주식 도입을 구체화한 바 있지만 지금껏 대기업이 도입한 전례가 없었다. 엔화 강세 시절 “마른 수건도 쥐어짜라”며 영업 측면에서 원가 절감의 진수를 보여줬던 도요타가 이제는 재무 측면에서 어떻게 실험을 진행해 나갈지 흥미롭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고도 기업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본연의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도요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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