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이젠 실속시대” 실수요자가 큰손… 분양가 싼 아파트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최근 부동산 분양시장 트렌드

지난달 26일 개관한 충북 청주시 흥덕 한양수자인 주택홍보관에는 주말을 낀 사흘간 1만1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중도금 무이자, 확정 분담금 제도 등을 도입해 위험도를 최대한 낮추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공급가격이 저렴해 큰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3.3m²당 640만 원 수준으로 인근 지역의 유사 면적 아파트의 실거래가(3.3m²당 708만 원)보다 70만 원가량 가격이 낮았다. 이 때문에 전용면적 74m²와 84m² 가구는 계약 3일 만에 조합원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비싼 아파트가 인기몰이에 나서는 것은 이제 옛날 얘기다. 최근에는 아파트 수요자들의 발길이 인근의 유사 아파트 실거래가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 공급단지로 몰리고 있다.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실제 거주하기 위한 실수요자들이 부동산시장의 주요 매매자로 등장하면서 ‘비쌀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과거의 아파트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착한’ 아파트 인기가 쑥쑥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저렴한 분양가’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아파트 수요층이 투기 세력보다는 전·월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국내외 경기사정도 분양가를 낮추는 데 한몫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국내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수요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대출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올 4월 폐지되면서 분양가가 더 비싸지기 전에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층이 많아진 것도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물론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자들 역시 가격을 최우선 변수로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새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시세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청약을 마감한 경기 수원시 광교아이파크도 가격경쟁력이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광교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m²당 1490만 원대부터 시작해 인근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 실거래가(1550만 원대)보다 저렴했다. 가격이 높지 않은 데다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아파트는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광교신도시 원천호수공원이 주변에 있고, 대형 마트와 병원 등이 인근에 갖춰졌다는 입지조건이 좋아 평균 청약경쟁률 25.5 대 1로 전 타입이 1순위 마감을 했다.

공급가 저렴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도 눈길


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에 공급되는 ‘부천 옥길자이’나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선보인 ‘녹천역 두산위브’도 주변 실거래가보다 저렴한 공급가에 주목한 소비자들이 몰렸던 곳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부천 옥길자이는 531가구 모집에 1500명이 신청해 평균 2.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녹천역 두산위브 역시 이달 초 진행된 일반분양 155가구 청약에 318명이 신청해 2.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천 옥길자이는 3.3m²당 990만 원대, 녹천역 두산위브는 1290만 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했는데, 이는 주변 실거래가와 비교해 최대 60만 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한동안 인기가 주춤했던 지역주택조합 형태의 아파트도 최근 들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아파트 시행 방식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주민들 간 이해관계 조율이 어려워지고 아파트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사업 주체가 조합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과 시행사 이윤, 토지 금융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급가는 인근 시세 대비 10∼15% 저렴하다. 또 투기과열지구 지정지역이 아니라면 즉시 전매가 가능하고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정부도 서민주택 보급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조합원 가입 자격을 확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올 4월 주택홍보관을 연 인천 송도국제신도시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송도 포레스트 카운티’는 조합원 모집 1개월 만에 2708가구 중 저층부 10여 채만 남기고 마감했다. 5월 선보인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지역주택조합아파트 ‘힐스테이트’도 주택홍보관을 연 지 일주일 만에 조합원 물량 106가구가 모두 소진됐다.

일각에서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처음 아파트를 살 때는 가격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실제 입주한 뒤에는 결국 ‘주거 인프라’가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부족하지 않은 주거 인프라에 ‘착한 가격’을 갖춘 물건을 선택해야 장기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더라도 발코니 확장비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꼼꼼히 계산한 뒤 가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며 “교통이나 교육, 쇼핑 등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지, 앞으로 어떤 시설이 조성될 것인지도 함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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