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5일 2분기(4∼6월) 포스코 기업설명회(IR)에서 ‘쇄신안(혁신 포스코2.0 전략)’을 발표하면서 “창립 5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는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IR가 끝난 뒤 기자는 권 회장에게 “2018년 포스코의 재무적 비전을 알려 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권 회장은 “2018년은 (밝히기) 어렵고,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지난해 6조5000억 원에서 2017년 7조5000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답했다.
포스코가 1968년 창립 후 처음으로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기자는 ‘핵심’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50주년을 3년 앞둔 시점에서 2018년 비전조차 밝힐 수 없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그간 포스코 회장들은 박태준 회장 이후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니 포스코는 “혁신은커녕 임원들이 누구에게 줄을 댈지만 고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IR에서 창사 50주년 대신 2017년의 목표를 제시한 것은 그해 말 있을 차기 대선을 의식했다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R에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지배구조를 바꿔 일관된 경영철학과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길 기대하는데 이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하자 권 회장은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는 최종 결론을 못 냈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정권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즉생(死則生)’을 각오한 쇄신안에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포스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경쟁 입찰, 즉시 퇴출제, 청탁 방지’ 등에 그친 점은 아쉬웠다.
근본적인 과제가 남았지만, 어쨌든 포스코는 이번 쇄신안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다만 국내 계열사 수를 현재(6월 말 기준) 48개에서 2017년까지 22개로 줄이겠다는 ‘목표의 늪’에 빠져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해한다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16일 포스코 주가는 20만3500원으로 쇄신안이 발표된 전날보다 2.6% 하락했다. 포스코의 쇄신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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