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일류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면 자신의 이미지도 명품처럼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싼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기업 임원들 역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이때 보수가 상당히 낮아지더라도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브랜드의 지명도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HBR Korea) 7·8월 합본호에 실린 ‘강한 브랜드, 약한 임금’ 기사에 따르면 주요 기업 임원들의 연봉과 브랜드의 지명도 사이에는 실제로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경영대의 네이더 타바솔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2000∼2010년 사이 미국의 고위 임원 2717명의 임금과 해당 기업의 주요 상품 브랜드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금은 브랜드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의 표준편차가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12%씩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130만 달러를 절약하는 효과를 누렸다. 일반 임원들의 연봉은 평균 2%(약 9만 달러) 낮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자들이 ‘정체성 이론’이라고 부르는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대개 CEO는 해당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힘이 자신의 이미지에 반영되는 효과가 크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평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임금과 관련한 이러한 영향은 젊은 임원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젊을수록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가 훌륭한 브랜드와 동일시되면 즉각적인 이득을 누릴 수 있다고 인식한다. 또 강력한 브랜드를 거느린 기업에서의 경력은 이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임금이 조금 적더라도 이를 감수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잠재적 피고용인과 협상을 벌일 때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의 인사팀은 최고위층 임원을 채용할 때 이런 브랜드 후광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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