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사진)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국내 재계순위 5위(공기업 제외)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및 후계 구도 정리는 ‘신동빈 원톱’ 체제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신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1)의 지분 정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향후 형제 간 분쟁의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93)이 최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진 ‘광윤사(光潤社)’, 일본 롯데홀딩스, 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광윤사는 포장 원료를 만드는 기업 간 거래(B2B) 회사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가졌다. 호텔롯데 밑에는 국내 계열사들이 퍼져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3%), 롯데칠성(5.92%), 롯데제과(3.21%) 등 국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가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난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여전히 상당하다. 롯데쇼핑 지분의 경우 신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의 지분 보유량은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의 지분도 신 회장이 5.34%, 신 전 부회장이 3.95%를 각각 갖고 있다. 일본 쪽 회사들은 비상장사라 오너 일가의 지분 보유량을 알 수 없다. 롯데그룹 측에 따르면 “일본 롯데 쪽은 두 형제의 지분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안승호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받았다고 하더라도 지분 문제가 아직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 향후 그룹 소유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밝힌 한 경제학자는 “신 회장이 광윤사 등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이번에는 일본 경영권에 관한 갈래를 친 것”이라며 “지분 정리가 당장의 현안 과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도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도 올해 초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나간 이후 다시 한국에 온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현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실무를 하지 않고 있고 그룹에서도 별도의 수행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롯데 계열사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자리에서만 물러난 것이고 지분은 여전히 갖고 있어 재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재기 여부는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은 17일 일본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보라매로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 본사를 찾아 업무보고를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1990년 신 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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