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view/기고]中企 개발투자는 밝은 미래 여는 킹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최철안 중소기업청 생산기술국장

얼마 전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의 강연을 들었다. 미래를 결정하는 7대 요소로 STEPPER-S(사회), T(기술), E(환경), P(인구), P(정치), E(경제), R(자원)-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미래가 비관적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희망찬 미래로 발전할 것인가는 이들 요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리고 볼링 경기에서 킹핀을 쓰러뜨려야 하듯 이 7대 요소에도 킹핀이 있는데 기술도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중소기업 사장님 생각이 났다. 2001년에 창업하여 2010년 코스닥에 상장하고, 지금은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하였다고 했다.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OTP(Optical Track Pad)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지문인식이 추가된 BTP(Bio Track Pad)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3위 등 기술적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어려웠던 창업 초기인 2002년의 R&D 자금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지원이었다고 했다. 창업 초기 3억 원 매출의 회사에 누가 R&D 자금을 투자해 줄 수 있었겠느냐며 웃음지어 보였다. 창업해서 15년 만에 매출 1000억 원, 종업원 200여 명의 회사로 성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했고, 그 결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사회 양극화,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와 싸우고 있다. 사회 원로나 학자, 전문가들은 한국의 미래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답을 위의 사례에서 보듯 기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투자는 사회 양극화,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의 문제뿐 아니라 원장님께서 제시한 STEPPER와 관련하여도 바람직한 대안을 내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정부 R&D 투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국의 R&D가 국내총생산(GDP)대비로는 세계 1위, 투자규모에서는 세계 6위권이므로 R&D 확대보다는 복지나 국방, 안전 등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킹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일본 독일은 물론이고 턱밑까지 추격해 온 중국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R&D를 줄이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R&D 성과나 투명한 관리 등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겠으나 R&D 투자의 축소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의 R&D 투자에 대해서는 사회 각 부분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더 확대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중소기업도 R&D 지원이 눈먼 돈이라는 편견에 머물지 말고, 밝은 미래 창출을 위한 국민 모두의 열망이 응축된 성스러운 자금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기 바라며, 새로운 기술개발에 전력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중소기업 연구개발 투자, 이는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킹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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