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주인을 찾기 위해 다섯 번째 시도에 나선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4∼10%씩 쪼개 파는 과점(寡占)주주 매각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1일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향’을 의결하고 기존의 경영권 매각 방식뿐 아니라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당장 민영화를 추진하기에 수요가 충분치 않으므로 여건이 갖춰지면 본격적인 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략적인 시기도 못 박지 않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전 수요조사에서 그만큼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냐며 올해도 우리은행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특정 주주에게 30% 이상의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을 넘기려고 해봤지만 결국 새 주인을 못 찾은 만큼 고민 끝에 과점주주 매각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 두 달여간의 수요 점검 과정에서 경영권 지분 매각이 쉽지 않고 과점주주가 되고자 하는 투자자가 일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30∼40%의 지분을 투자자 1인당 4∼10%씩 쪼개 팔아 그들이 과점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며 은행을 이끌어나가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구체적인 지분 매각 방식으로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남는 지분은 추후 민영화를 통해 주가가 상승하면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다만 아직 우리은행 매각에 나설 만큼 잠재적인 투자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과점주주 방식을 추진한다는 게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 조사를 하다 보니 구체적인 투자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예보와 매각 주간사회사를 통해 시장 수요를 계속 확인한 뒤 여건이 성숙하면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언급을 피한 박 위원장은 “마냥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논의를 지속해 최대한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과점주주 방식이 공론화되면 더 많은 투자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경영권 지분 매각 방식을 고수해오던 금융당국이 과점주주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에 민영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연내에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지금 지분투자에 나설 기업이나 연기금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정부가 원하는 ‘좋은 투자자’는 더욱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여러 차례 “우리은행을 사모펀드(PEF)에 넘길 수는 없다”며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은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 투자자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문제는 그런 좋은 투자자들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날 박 위원장은 “(매각을 하더라도) 은행 경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자들로 첫 단추가 채워질 것인지 담보할 수 없다”며 “좋은 투자자를 모시는 게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과 민간 공자위원들의 임기가 10월에 끝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자위가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부담을 차기 공자위에 넘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