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친할수록 막연한 믿음… ‘관계의 덫’ 조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기업 인수합병(M&A) 실패의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초기 단계에서의 적절한 파트너 선정 실패다. 주도면밀한 평가를 통해 우리가 가지지 못한 역량을 갖고 있거나 조직 간 결합이 쉬운 파트너를 선정해야 M&A가 성공한다. 그런데 파트너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기업은 지인이나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평판조회를 한다. 미셸 로건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올라브 소렌손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기존 관계를 통한 M&A 파트너 선정이 때로는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글로벌 광고산업의 M&A 자료를 토대로 파트너 선정과 그 성과를 분석했다. 한 다리 건너면 아는 관계, 협력사를 공유하는 관계 등 기존 관계를 통해 파트너를 고른 M&A의 결과는 어땠을까. 결합 이후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거래하던 고객을 잃거나 기존 고객에 대한 매출액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저자들은 다음 두 가지를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을 통해 서로 연결된 기업들은 서로에 대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좋은 파트너를 물색할 동기가 줄어든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평가할 때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주는 정보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런 정보는 대체로 신뢰할 수 있으며, 질이 좋은 정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무언가에는 늘 함정이 있다.

많은 학자들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기회가 차단되고, 잘못된 믿음에 빠지기도 하며, 때로는 강한 사회적 압력에 의해 행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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