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 수익률 향상을 최우선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5월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합의되었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편되어 향후 70년간 재정부담이 총 333조 원 절감된다. 그런데 여야 합의 과정에서 갑자기 국민연금의 지급수준인 소득대체율을 소득의 46.5%에서 50%로 올리는 방안이 제기되었다.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자고 하는데, 문제는 ‘더 내고’는 없고 ‘더 받는다’만 있다는 것이다. 개략적으로 보면 월소득이 400만 원인 사람이 4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현재 수령액보다 27만 원 늘어난 150만 원을 받게 된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2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에게 돈을 더 줄 수 있을까?

첫째, 소위 ‘먹튀 방식’이다. 당장 더 받고 연금이 바닥날 때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때 가서 보험료를 소득의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후세에 보험료 폭탄을 물려주자는 말과 같다. 둘째, 당장 돈을 더 내는 방법이다. 현 보험료율을 9%에서 16.7%로 올리자는 것인데 이런 큰 폭의 인상에 누가 쉽게 찬성할까?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일부 메워주자는 의견도 있으나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다른 묘수는 없는 것인가? 바로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운용규모 470조 원에 금년 예상 운용수익만 32조 원에 이르는 세계 3위의 기금이다. 아직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어 2043년에 적립 규모가 약 2600조 원으로 정점을 찍지만 2060년경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돼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 수익률이 하락 추세여서 걱정스럽다. 최근 평균수익률은 3년간 4.5%, 5년간 7%인 반면에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세계 5대 연금의 평균수익률은 3년간 9.1%, 5년간 11%에 이른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국민연금은 세계 5대 연금과 비교해서 주식투자 비중이 30%로 가장 적고, 채권투자 비중이 60%로 2위이다. 부동산과 천연자원 등 대체투자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운용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 공무원연금이나 캐나다 공적연금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각각 64%와 49%이고 대체투자의 비중은 21%와 18%이다. 해외 연기금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다양한 대상과 지역에 투자해 고수익을 달성한 데 반해 국민연금은 안전 자산과 국내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 해답은 세계 3위 규모에 걸맞게 의사결정 구조와 운용 체계를 하루 속히 개편하는 데 있다. 지금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등 연금 가입자의 대표성 기준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외국과 달리 자산운영 관련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곤란하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 내에 설치되어 정부나 공단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조직, 인력의 통제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율적 투자결정을 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공히 갖춘 기관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명확한 장기 재정목표와 면밀한 위험관리 전략 아래 국내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 운용에서 탈피하여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등 투자 다변화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추가적 부담 없이 늘어난 수익으로 미래에 받을 돈을 늘려갈 수 있다. 마침 기금 운용체계 개편 논의가 곧 재개될 것이라 한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도 상정되어 있다. 작은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전체 국민의 노후를 위해 합리적 개편방안이 조속히 실행되기를 바란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수익률 향상#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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