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고양 킨텍스서 행사
의류-가전 등 320개 업체 참여… 1만3000m² 면적 대규모 기획
최대 80% 싸게 판매하기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살리려는 유통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백화점 업계 1위(매출 기준)인 롯데백화점이 22일 대형 전시장을 빌려 대규모 재고 처리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해 온 백화점이 자존심을 버리고 직접 밖으로 나가 고객을 잡겠다는 움직임에 유통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류월드로 종합전시관 ‘킨텍스’에서 대규모 재고 처리 행사를 연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를 위해 킨텍스 제2전시장 중 1만3000m²(약 3930평) 규모의 공간을 빌렸다. 이는 1개 층의 실면적이 2644m²(약 800평)인 롯데백화점 본점을 기준으로 보면 4개 층을 합친 면적이다. 백화점 소형 점포를 차린 셈이다.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이사(사진)는 “메르스 여파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입점 업체들을 위해 대규모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브랜드 의류부터 가전, 생활용품, 가구, 식품까지 320개 업체가 참여해 총 200억 원 상당의 제품을 내놓는다. 할인율은 최대 80%다. 매장은 나이스클랍 티렌 ENC 등의 영 패션 코너부터 캠브리지 다반 등 남성 패션 코너, 나이키골프 블랙야크 등 골프 및 아웃도어 코너, 에이스 시몬스 등 가구 코너까지 총 8개 분야로 구성된다. 여성 고객들을 겨냥해 지방시 에트로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병행 수입 제품 및 모피 제품도 판매한다. 가전 코너는 아예 롯데그룹의 전자제품 판매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 매장이 차려진다. 백화점 지하 1층에서 볼 수 있는 가공식품이나 과일 등 식품 매장도 있다.
롯데백화점이 전시장에 매장을 차려 행사를 여는 것은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서울무역전시장(SETEC)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1만 m² 이상으로 실제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기획한 전일호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장은 “예산 금액(약 6억5000만 원)의 9배 이상인 60억 원을 목표 매출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7% 감소했다. 이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포함된 달을 제외하고 11년 3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이다. 이달 들어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국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상승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임차료를 내면서까지 대규모 재고 처리 행사를 벌이는 것은 그만큼 백화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등 자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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