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官주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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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마지막으로 전국 17개 혁신센터가 모두 문을 열었다. 지난해 9월 대구(삼성)에서 처음 선을 보인 혁신센터는 대전(SK) 광주(현대차)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기업들에 전국 주요 시도를 하나씩 맡겨 벤처·중소기업의 창업과 발전을 돕도록 한 민관 협력체다. 박근혜 대통령은 17개 중 15개의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할 만큼 혁신센터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제 한진그룹의 혁신센터에서는 “대한민국 전체가 창조경제로 거듭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성패가 혁신센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50개 벤처기업이 상품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 등의 도움을 받았고 벤처캐피털로부터 299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자금과 마케팅 기법, 특허 관련 노하우가 부족한 벤처와 중소기업들을 대기업이 지원해 일자리와 상생의 생태계가 이어진다면 성공적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 여부다. 관(官)이 나서서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만든 정책 치고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혁신센터는 박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인 ‘창조경제’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청와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군사작전하듯 톱다운 방식으로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

지역할당제처럼 설치되면서 경기 성남시 판교(KT)나 대전(SK), 충북 청주시 오송(LG) 등 관련 인프라가 갖춰진 혁신센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정부에 밉보일까 봐 거부하지도 못하고 “사회에 기부하는 셈 치자”며 1곳당 수백억 원의 펀드 조성이 필요한 센터를 떠맡는 경우도 있다. 뜬금없는 지역을 할당받은 기업은 아이템 선정부터 임직원 파견까지 머리를 싸매다 개소식 때 대통령 사진의 멋진 장면 연출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곤 했다. 기존 벤처·중소기업 지원 사업과 중복되거나 이미 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혁신센터의 성과인 양 포장하는 일이 계속돼선 안 된다.

개소식은 출발에 불과하다. 주무 부처인 미래부부터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없어질 부처는 미래부”라고 말하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성장’처럼 시드는 일 없이 정권이 바뀌어도 혁신센터가 계속되려면 대기업에도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벤처로부터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수혈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원받은 벤처들은 계속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는 상생 모델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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