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선입견 깨는 ‘경영 신세대’의 파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콘돔 이름 ‘바른생각’으로… 때론 과감하게 사업철수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부터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신라호텔에서 ‘제40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열고 있습니다. 3박 4일 일정 중 사흘째인 24일 주목을 끄는 강연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경영 2세가 말하는 기업경영, 이 생각 저 생각’이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36)은 “저는 2세가 아닌 4세”라고 소개하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박 부사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칸 국제 광고제, 뉴욕페스티벌, 클리오, D&AD, 원쇼 등 세계 5대 광고제에서 상을 받아 유명해졌죠. 그는 2006년 자신이 설립한 빅앤트인터내셔널이라는 광고회사 대표도 겸하고 있습니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5월 빅앤트가 선보인 콘돔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그는 제품명을 ‘바른생각’이라고 지은 것에 대해 “편의점에서 콘돔 사는 걸 부끄러워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부사장의 노림수는 적중해 바른생각은 현재 국내 콘돔 판매 순위 4위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남충우 전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인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47)도 ‘톡톡 튀는’ 강연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 사장은 1995년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토니 로마스’를 처음 국내에 도입하고(지난해 철수), ‘스파게띠아’와 ‘매드포갈릭’을 잇달아 성공시켰습니다. 그는 “그동안 시도한 사업에서 50% 정도만 성공한 것 같다”면서 “철수도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32)은 3대째 이어 온 60년 전통의 ‘부산어묵’ 브랜드를 과감하게 버리고 2년 전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 배경을 들려줬습니다. 전국 대다수 업체들이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브랜드 차별화가 가장 시급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삼진어묵은 2013년 말 45명이던 직원이 현재 4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는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어묵의 세계화까지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재벌 2세’라는 표현 속에는 가진 자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이 은연중에 존재합니다. 이날 강단에 선 세 사람처럼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2∼4세 경영인들이 많아진다면 그런 생각들이 조금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선입견#신세대#콘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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