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도 못써요”…허리띠 졸라맨 은행들, 경비절감 실태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6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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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도 못써요. 개인 머그컵 사용하라고 종이컵은 아예 치워버렸죠. 프린터 출력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귀찮지만 어쩌겠어요. 당장 은행 살림살이가 예전 같지 않은데….”(한 시중은행 지점장)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해부터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 지점 축소 등으로 몸집을 줄여온 은행들이 이제는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경비절감에 나섰습니다. 조직규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씀씀이를 단속하는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7월초 모든 사업본부에 경비 절감을 위한 세부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보다 대략 15% 정도 경비를 줄이는 게 목표”라며 “운영경비는 물론이고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달력, 사은품도 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도 5월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비절감 아이디어를 공모했습니다. 전자통장, 전자명함을 활성화하고 고객들에게 안내할 일이 있을 때 우편 대신 QR코드를 보내는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신한은행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직원들을 포상하고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하나은행도 ‘새는 돈’ 찾기에 한창입니다. 본점의 경우 점심시간에 외출할 때 모니터 끄기, 사무실 조명 끄기, 이면지와 머그컵 사용 등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긴축에 나선 건 살림살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올 3월과 6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대 중반으로 떨어졌습니다.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등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반기 경영성적표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리딩뱅크로 불리는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7903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 줄었습니다. 이자부문 이익이 2조535억 원으로 작년보다 5.5% 감소한 영향이 컸습니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긴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이달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은 대출심사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은행으로선 대출 영업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져 수익을 올리기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의 경비절감 바람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은행들의 비용절감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서민 중산층의 은행 문턱이 더 높아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은행들의 ‘똑똑한’ 경비 다이어트를 기대해봅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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