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잠복해 있던 경영권 다툼이 터지고야 말았다. 신격호 창업자의 두 아들은 아버지를 가운데 두고 ‘형제의 난(亂)’을 벌였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은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워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들을 해임하고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 그러자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아버지를 총괄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하고 장남의 결정을 무효로 만들었다. 재계 순위 5위 그룹에서 볼썽사나운 재산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1라운드는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형제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의 지분을 29%씩 똑같이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그룹 내 지분이 엇비슷한 데다 창업자와 큰딸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가족들도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들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2차, 3차 분쟁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신문과 우유 배달을 하며 돈을 벌어 창업했고 키운 회사다. 껌과 과자 생산으로 시작해 소비자들의 쌈짓돈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유통·식품·호텔 사업으로 연간 매출액 100조 원을 올리는 그룹이 됐다. 국민의 성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단순히 사가(私家)의 재산 싸움으로 넘겨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신격호 회장이 아들에 의해 강제로 퇴진당하는 모습은 보기 안타깝다. 93세 고령에 판단력이 흐려진 듯한 아버지를 두 아들이 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창업자가 고령이 될 때까지 고방(庫房) 열쇠를 붙잡은 채 일찌감치 분가(分家) 구도를 확정해 놓지 않은 탓도 크다.
한국 재벌가에서는 TV 막장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하면 “권력은 측근이 원수, 재벌은 자식이 원수”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초고층 빌딩 제2롯데월드는 크고 작은 사고로 국민의 근심을 사다가 간신히 건설이 재개됐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 롯데그룹의 경영에도 좋지 않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흐려질 것이다. 경기침체로 대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롯데 오너 일가는 조속히 분쟁을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해 사회에 기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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