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절반 이상의 일자리가 시간제, 단기 인턴제 일자리로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면서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문 대표는 청년 고용에 대한 국가 책무 법제화, 청년 고용 할당제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확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구직 촉진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하고 또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공공부문은 몰라도 사기업의 경우 정규직 채용을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기업이 선뜻 정규직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유연성이 필요한 것이다. 무턱대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라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억지다. 정규직만 고집해서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것보다 비정규직이라도 많이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핵심 해법도 비정규직에 대한 균등 처우 확보로 일자리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노동개혁으로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다면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
기업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인력구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에 연령대별 구성을 포함해 최적의 고용을 결정해야 한다. 제3자의 강압에 못 이겨 인력을 뽑게 되면 과잉 인력이 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지속되기 어렵다. 정부에서 기업을 지원해 인건비를 상쇄시킨다면 국가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의 고용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한다면 재정이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고용 창출은 경제가 잘 돌아가 기업에 일거리가 생겨나야 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의지 부족도 문제지만 야당이 강력 반대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같은 몇몇 법안만 국회에서 통과시켜도 기업 투자를 견인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 지키기’를 한국 노동운동의 맹점으로 지적했다.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선 기득권층과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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