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대우조선으로부터 총 8억8900만 원(급여 5억2800만 원, 상여금 3억61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은 사업보고서에 상여금 지급 이유를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발전 기반을 마련했고 위험관리 및 경영관리 협력이 원활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고 전 사장 재임 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숨겨 오다 올해 2분기(4∼6월) 3조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수조 원의 영업손실을 발생시킨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것에 대해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를 가장 많이 수주(105억 달러)한 2012년 취임해 올해 초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해양플랜트는 조선업계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조선업체 ‘빅3’ 중 유일하게 실적이 좋았다. 현대중공업이 3조249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0% 감소(1830억 원)했으나 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 늘어난 4711억 원이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안정적인 경영관리’가 아니라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취임 이후 대규모 부실을 반영하자 적자는 1분기(1∼3월) 433억 원에서 2분기(4∼6월) 3조318억 원으로 폭증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대우조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지난달 16일 ‘A’에서 ‘A-’로 내린 지 2주 만이다. 한신평은 “2분기 잠정 실적이 대규모 영업적자로 공시됨에 따라 이 회사의 기존 사업역량, 원가 경쟁력 및 회계 처리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700%에 근접하는 등 재무 안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의 ‘미청구 공사액’(회사가 매출로 인식한 공사 금액 중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은 9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발주처가 주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은 금액을 매출로 잡았다는 뜻이다. 못 받은 외상값을 의미하는 장기매출채권은 8700억 원이다. 부실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는 동안 경영진은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이를 숨긴 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연봉 잔치를 벌이고 떠났다. ‘주인 없는 회사’인 대우조선 문제는 ‘실적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던 경영진 때문에 더 곪은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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