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前금감원장 “경제정책, 전통산업 벗어나 빨리 신산업 구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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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에서 신산업으로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서둘러 옮겨야 합니다.”

2013년 3월 금융감독원장에서 물러난 권혁세 대구카톨릭대 석좌교수(59)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건물 내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공직 밖에서 경제를 보니 나무(개별 분야)가 아니라 숲(전체 경제)이 보였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권 전 금감원장은 재임 중 저축은행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대책 추진 등 굵직한 금융정책을 주도했지만 퇴임 후에는 금융보다 경제의 큰 흐름을 읽는 일에 매달렸다. 2013년 말 국내외 경제의 이슈를 진단하고 세제, 금융, 거시정책 전반의 대응책을 제안하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그는 “산업정책 분야에서 실기(失期)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만큼 서둘러 차세대 신산업을 구상해야 하는데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수립한 산업정책의 프레임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 대한 업종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산업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고 금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자원을 재배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부동산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경기부양이 중요하긴 해도 거품이 많다”라고 경고했다. 시장심리가 호전됐을 때 물량을 털어내려고 건설업체들이 앞 다퉈 분양에 나서면서 주택가격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권 전 금감원장은 “분양시기를 분산하는 등 속도조절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큰 법인세 증세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국제 조세정책 흐름에 맞지 않는 만큼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해 실효세율(과세표준 대비 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액의 비율)을 높이는 대안을 추진하면 여야 모두 만족하는 세제개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 1년 간 정책 성과와 관련해 그는 “존재감이 큰 수장 덕분에 가시적인 성적표를 낼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력한 추진력으로 경제를 이끌고 가는 일본, 중국에 비하면 한국은 정책 추진 속도 면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권 전 금감원장은 경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하는 가칭 ‘더 좋은 경제연구소’를 올해 안에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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