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침체가 국내 타이어업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타이어업계의 선두 주자격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반면, 3위 업체 넥센타이어가 이들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입 타이어도 ‘별도의 세력’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는 올 2분기(4∼6월) 매출 1조6199억 원, 영업이익 201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20% 줄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및 국내 경기 침체, 타이어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한 판매가격 하락과 환율 하락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국내 2위 업체 금호타이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호타이어의 2분기 실적은 매출 8320억 원, 영업이익 580억 원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1%, 49.1% 줄어들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타이어업계 1·2위 기업이 모두 부진한 것은 중국의 경기 침체 탓이 크다. 두 회사 모두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중국 타이어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툴 정도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의 22%가, 금호타이어는 15%가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노조와의 관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달 21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88.8%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휴가가 끝나는 5일 이후에 본격적으로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해 12월 회사가 4년간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한 바로 다음 날 파업을 할 만큼 강성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런 이유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달 17일 임원 세미나에서 금호타이어의 실적 부진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반면 타이어업계의 막내 격인 넥센은 2위 금호타이어를 맹추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달리 중국 시장의 매출이 전체의 7% 정도에 그친 것이 충격을 피해간 이유다. 넥센은 특히 미국 시장 비중이 28%로 높은데, 지난달 15일 미국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타이어에 약 3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선전하면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한편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 정도였던 수입 타이어는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자동차 타이어 수입량은 380만 개로 전년 동기보다 13.6% 늘었다.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다 타이어 품질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급 수입 타이어를 찾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현대자동차는 그간 한국타이어를 쓰던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프랑스 미쉐린과 독일 콘티넨탈 제품을 쓰기로 했다. 또 국내에 애스턴마틴과 맥라렌을 수입하는 기흥인터내셔널은 지난달 이탈리아 고급 타이어 브랜드 ‘피렐리’ 강남점을 열며 “국내 고급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