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롯데 계열사들도 장악… 대표이사, 측근들로 채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롯데그룹 후계 분쟁]
‘신격호 단독대표’ 1곳도 안남아… 양대 지주사 이어 경영권 굳혀
신동주 “일본에서 법적대응 준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롯데의 투자회사는 물론이고 현지 계열사들도 장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 본인이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L투자회사들의 대표이사에 올랐던 6월 말 일본롯데 계열사들의 대표이사에 ‘친(親)신동빈’ 인사들을 대거 취임시킨 것이다. 이로써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은 일본롯데 계열사(그룹 홈페이지 기준 15곳)는 한 곳도 없게 됐다.

7일 일본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고초 에이이치(牛장榮一) 롯데상사 영업본부장이 6월 30일자로 롯데물산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롯데홀딩스 상무이사도 같은 날 롯데부동산 대표이사가 됐다. 두 사람은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6월까지 일본롯데 계열사 15곳 중 롯데홀딩스 등 7곳의 대표이사였고 이 중 롯데물산, 롯데부동산에서는 단독 대표였다. 그러나 이 두 회사에 차남 신동빈 회장 측 인사가 공동대표에 오름에 따라 단독 대표를 한 곳도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일본롯데 계열사 중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와 지바롯데마린스 등 2곳의 대표이사만 맡고 있지만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5곳의 대표를 맡는 등 주변 인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9곳의 계열사에서 해임됐으며 측근들도 대부분 그때를 전후해 계열사를 떠났다.

신동빈 회장이 6월 30일 일본 L3 및 L6투자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도 이날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신 회장은 일본 내 양대 지주회사 2곳(롯데홀딩스, 롯데스트러티직인베스트먼트)과 그 아래 L1∼L12투자회사 전체를 이끌게 됐다. 본인은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일본 내 계열사 경영은 측근에게 맡기는 구도다.

L투자회사들의 정관은 ‘회사의 주식을 양도에 의해 취득할 경우 주주 또는 취득자는 이사(중역)의 과반수 결정에 의한 승인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이 가진 L투자회사들의 지분을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양도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모든 L투자회사들의 이사회는 신동빈파가 과반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29일 귀국한 지 9일 만이다. 당초 동생 신동빈 회장이 귀국한 3일 일본행이 예상됐지만 나흘 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 곁을 지켰다. 그는 이날 출국 전 SBS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신 총괄회장)가 ‘동생(신동빈 회장)이 멋대로 L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며 화를 냈다”며 “일본에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김범석 기자
#신동빈#롯데#신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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