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창조경제센터 성장판 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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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지원단장
유병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지원단장
국내 산업계에 창조경제의 새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이 창조경제다. 그동안 추진된 창업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점차 창조경제의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

가장 먼저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곳이 신기술에 모험적 투자를 하는 벤처업계다. 벤처자본의 신규 투자액은 1차 벤처 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벤처 창업 증가에 이어 이제 기존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일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조경제 확산을 위한 지역 거점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 17곳에 구축이 완료된 상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은 한국경제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부문 간 불균형 성장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신성장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인 까닭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등한 협력과 상생을 목표로 한다. 산업화 시대 경제 발전을 주도한 대기업과 디지털 기반 지식화 시대의 새로운 성장 주역으로 부상하는 중소기업들이 핵심 역량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 제조업과 정보기술(IT) 등 신기술의 융합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혁신센터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중앙과 지방 간 경제력 격차를 완화하고 내수경기 진작에도 기여하리라 본다. 지역 특화산업을 지정하고 이를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집중 육성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산학연 협력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장이 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판 역할을 할 것이다. 각 지역 기업과 대학 그리고 연구기관들의 모든 혁신자원이 한데 어우러져 투자와 창업이 실현되는 창조경제의 용광로가 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인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거는 크나큰 기대가 차질 없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자체가 거대한 ‘창조경제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인 수동적 행정관리 공간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수요자들인 창업가, 과학기술자, 투자자들이 한데 모여 기술과 자본 간 거래가 상시 활발히 일어나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능동적 시장터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에 개방과 자유와 경쟁을 토대로 하는 시장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우선 접근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창의적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 설정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불합리한 모든 규제가 해소돼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 창업과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와 관행들을 단기간에 제거할 수 있는 ‘규제 철폐 팀’을 창조경제혁신센터마다 가동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성과에 따르는 보상과 책임 체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유사 기능을 지닌 기존 사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도 절실하다. 유사 기관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생산적 협력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성과가 부진했던 이전 혁신체제가 파괴되지 않으면 새로운 창조는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 스스로 성장하고 확장하는 창조경제 시장으로 거듭나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영속성을 지닌다.

유병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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