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산 동시에 시장 쏟아지면… 정유업계 유가 급락 직격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美, 원유수출 40년만에 허용 추진

《 1975년 이후 대외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40년간 수출이 금지됐던 미국산 원유가 곧 세계 시장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원유의 해외 수출 금지 해제 법안이 상정돼 미 하원에서는 9월 초에, 상원에서는 내년 초에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산유국의 공급 과잉 국면에서 미국산 원유의 수출까지 재개되면 유가 급락으로 국내 정유사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40년간 금지해 온 자국산 원유 수출을 전면 자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반 토막이 난 원유 가격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산 원유가 곧 시장에 나오는 데다 미국산 원유까지 세계 시장에 풀리면 더욱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유가 폭락에 따른 실적 추락을 겪었던 지난해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 이르면 다음 달 하원 표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 시간) “미 하원은 이르면 올 9월 원유 수출 금지 해제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원의 표결도 내년 초로 기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973년 중동 산유국들의 대미 원유 수출 중단으로 ‘1차 석유 파동’을 겪은 뒤 ‘에너지 정책 및 보존법(EPCA)’을 제정했다.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미국의 대외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자국산 원유의 수출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1975년 이 법이 발효된 후 40년간 원유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원유 수입 비중이 27% 수준까지 떨어지고 자국산 원유 생산량이 하루 950만 배럴에 이르면서 수출 재개가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에만 예외적으로 원유 수출을 허용하고 있지만 수출량이 하루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미국산 원유 수출이 자유화하면 미국 내 생산량 증가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현재 950만 배럴인 미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이 2025년에는 하루 최대 120만 배럴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유가 급락할까…국내 정유업계 초긴장

국내 정유회사들은 현재 중동산 원유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 나오면 국내 정유회사들로서는 중동과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카드 하나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다만 도입 비용이 비싸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크지 않다. 중동산 원유 운송비용은 배럴당 1.5달러 안팎이지만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미국산 원유는 훨씬 작은 유조선을 써야 해 배럴당 5달러가 든다. 여기에 미국 현지 송유관 사용 및 안정화작업 비용 6.3달러가 추가로 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문제는 미국산 원유 수출이 국제 유가 폭락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달 핵협상 타결로 세계 석유매장량 4위국인 이란도 내년부터 수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원유 감산을 거부하고 있어 유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평균 가격(두바이유 기준)은 지난해 1월 배럴당 104.01달러에서 올 1월 45.77달러로 반 토막 났다. 유가의 갑작스러운 폭락에 대규모 재고 손실이 발생하고 정제마진이 추락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창립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정유업계는 치명상을 입었다. 올 들어 유가는 5월 63.02달러로 회복세였으나 이란 핵협상 타결이 이뤄진 7월 55.61달러로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 수출이 유가의 점진적 하락을 유도하면 괜찮지만 폭락으로 이어지면 정유사들로서는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미국산#원유#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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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추천 많은 댓글

  • 2015-08-11 09:35:11

    국제유가가 폭락하면 폭락할 수록 세계경제,국내경제에 좋다.국내정유업계의 이윤이 떨어진다고 하나 이는 정유업자에 한정될 뿐,국민과 전체기업에게는 대형 호재다.전체기업에게는 원가가 떨어지고 국민에게는 연간 수십만원의 여유가 생겨 구매력 증가로 이어진다.희소식이다.

  • 2015-08-11 10:08:38

    석유.. 기름은 이젠 특별상품이 아니다 필수품 이다 고로.. 생산의 기계화 자동화로 단가를 더더 낮추어 현재가의 절반 이하로 더더 떨어져야 한다 그리고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어 영원히 잠들게 해야 한다

  • 2015-08-11 11:38:50

    40여년 동안 유가는 거의 지속적으로 올라갔다. 그럴 때 운송중이거나 재고분에서 발생한 차액만큼의 이익은 전부 정유사들의 몫이었다. 그것은 곧 소비자들이 과잉 지불한 것이다. 이런 큰 이슈는 전혀 간과 또는 방관해 온 언론이 정유사의 일시적 손실을 대변해 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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