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民官 찰떡 공조… 헬스케어-농업관광 메카로 틀 갖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 2부]
[‘창조 경제’ 현장을 가다]<5>네이버 강원혁신센터

네이버 강원혁신센터
네이버 강원혁신센터
올해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급속히 확산된 요인 중 하나는 중증 환자의 가래를 뽑아주는 석션(흡입) 과정에 있었다. 석션 작업 중 환자의 병원균이 주변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염됐기 때문이다. 사람이 손수 해야 하는 석션 작업은 환자뿐만 아니라 많은 의료진과 간병인,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지난달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 엘메카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환자로부터 자동으로 호흡 상태를 체크하고 상황에 맞게 가래를 뽑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 석션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 강원 스타트업의 요람

2012년 직원 두 명으로 강원 원주시에 문을 연 스타트업 엘메카는 인공지능 석션기를 자체 개발하고 관련 특허 12개를 등록했다. 기기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과 독일 유수의 의료기기 전문 기업에서 투자와 인수 제안이 물밀듯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연구소를 설립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임상시험을 진행할 비용도 아쉬웠다.

그러던 중 지난달 창조경제혁신센터 아이디어 전국 공모전 본선에 강원지역 팀 2곳과 함께 진출하면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티켓을 따냈다. 연구소를 센터 안에 설치하면서 강원대 기계응용공학과 교수의 연구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6일 찾아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엘메카처럼 원주 헬스케어 단지나 강릉 농업·관광단지에서 태동한 스타트업들의 새 둥지가 되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대 캠퍼스 안에 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통유리 창문과 나무 책상, 구조가 드러난 천장 등 ‘첨단 공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해외 유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세미나룸에 아이디어 메모와 창업 지원사업 포스터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2층 입주 공간에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분주하게 입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엘메카는 이곳에서 10월까지 완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에서 진행되는 투자 유치 경연 프로그램 ‘6개월 챌린지’에도 적극 지원해 초기 임상시험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다. 강정길 엘메카 대표는 “전통적으로 원주는 의료기기 선도 단지였지만 지원이 부족해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어려웠다”며 “센터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아 무인 석션기 상용화에 꼭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학·기업·정부의 트라이앵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내 강소 스타트업과 침체돼 있던 농업·관광 사업자들에게 활기를 되찾아 주고 있다. 4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2층 교육장에서 강원지역 소상공인들이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 ‘모두’ 활용법 강의를 듣고 있다. 네이버 
제공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내 강소 스타트업과 침체돼 있던 농업·관광 사업자들에게 활기를 되찾아 주고 있다. 4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2층 교육장에서 강원지역 소상공인들이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 ‘모두’ 활용법 강의를 듣고 있다. 네이버 제공
강원도는 산지 비율이 높고 인구 154만 명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7%에 가까운 지역이다. 헬스케어와 농업·관광, 노후 관리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 만큼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이 헬스케어단지나 농업·관광단지를 자체적으로 조성해 왔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대학·기업·정부의 트라이앵글 시너지를 내는 중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대를 비롯한 학계는 연구 지원을, 네이버는 정보통신기술(ICT) 지원을, 정부는 법률·금융 리소스를 각각 제공한다.

특히 빅데이터는 기존 강원지역 산업들을 신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주요 자원이자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토다. 센터 2층에 자리 잡은 ‘스마트팜’ 실험실에서는 각종 작물이 온·습도, 조도를 비롯한 기후환경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스마트 온실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생육환경에 따른 작물의 생장을 빅데이터로 기록해 농업 연구와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환자들의 상태와 운동 정보를 수집한 빅데이터를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개발에 지원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개소 당시 비전을 ‘대한민국 데이터 경제의 미래’로 잡은 배경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도 창업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최신 트렌드를 손쉽게 파악하고 사업 목적에 맞는 정교한 창업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창조경제는 포기할 수 없는 미션


올 5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공모에는 총 80여 개의 기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1차로 빅데이터 및 헬스케어 분야 5개 기업이 선발돼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엘메카를 비롯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및 뷰티 정보 제공 기업 ‘플러스메이’ △환자 맞춤형 장기 3차원(3D) 프린터 기업 ‘메디컬아이피’ △레고 기반 스마트 상품 개발 및 ICT 교육 프로그램 운영 기업 ‘스마트토이’ △레이더를 이용한 자전거 측·후방 감지 후미등 개발 기업 ‘아이티스타일’ 등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센터의 키워드를 ‘연결에 의한 혁신’이라고 표현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그동안 기업과 정부, 각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 다양한 주체가 각각 진행해왔던 사업들을 처음으로 통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한 센터장은 “창조경제 전략(creative economy strategy)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수년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 전략”이라며 “비록 차기 정부에서 슬로건은 바뀔 수 있겠지만 창조경제를 통한 신산업 창출과 전통산업의 혁신이라는 미션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스마트#네이버#강원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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